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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블록체인이 바꾼 김블록씨의 일상
2016-08-26 06:00:00 2016-08-26 06:00:00
선거일이다. 김블록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투표장소를 방문하지 않고 자택 서재에서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블록체인 아파라투스’ 시스템(미국 벤처기업 ‘블록체인 테크놀로지’가 2016년 실용화한 시스템)을 통해 블록씨의 투표내용은 즉각 암호화하여 해당 후보에게 전달됐다. 투표자 ID와 선택후보 ID를 담고 있는 각 데이터는 전 세계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각 후보의 득표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비밀투표로 진행됐다.
 
간단히 외출준비를 하고 건강검진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다. 검진 후 블록씨의 검진결과는 ‘필립스’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시스템에 기록되었고 약국에 별도 처방전을 갖고 가지 않아도 블록씨는 필요한 의약품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당사자들이 원장을 공유하여 별도의 프로세스 없이도 동일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진비용 또한 ‘필립스’ 시스템 도입 이후 상당히 줄었다. 환자정보 및 의료기록 중앙관리 시스템 관련 비용을 없애면서 검진비용도 낮추었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결혼을 앞 둔 블록씨는 예비신부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오늘 신혼집과 예물을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팩텀’이 제공한 부동산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부동산 과거 거래정보와 현재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신혼집 거래까지 즉석에서 마무리했다.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 방문한 웨딩 쥬얼리 샵에서는 다이아몬드 출처와 유통경로를 ‘에버렛저’ 시스템에서 즉각 확인한 후 구매를 확정했다. 영국 신생기업 에버렛저는 블록체인을 통한 다이아몬드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한 회사다.
 
평범해 보이는 블록씨의 하루일과는 블록체인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없이 진행되는 선거, 의료기록 분산원장 체계 도입, 부동산 정보관리와 직거래, 다이아몬드 등재 및 거래 역시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했다. 
 
블록체인이란 말 그대로 여러 정보 블록들을 잇따라 연결한 구조다. 각 블록에는 단위 시간동안 거래된 내역이 기록된다. 거래의 모든 참여자는 블록체인 사본을 갖고 있어 하나의 거래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게 된다. 이는 반드시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거래 해야 했던 거래구조를 비롯해, 선거관리위원회, 각종 결제기관 등 중앙집중형 서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일련의 상황들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 혁신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느낄 수 있는 블록체인 도입 효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기관 없이 거래 당사자 간 거래가 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분산원장’이다. 원장 자체를 거래 당사자에게 분산함으로써 당사자 간 거래시스템을 구현했다. 거래 당사자들은 각각의 거래에 고유의 번호를 갖고 있으며 각 거래기록은 연이어 생성되는 블록에 기록된다. 과거 모든 거래정보가 기록된 블록에 새로운 거래기록이 생성될 때마다 새로운 블록이 이어지는 것이다. 중앙서버의 기능을 없애면서 해킹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블록체인 기반에서는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기관, 부동산 중개인 등 공인된 제 3자의 역할이 불필요해 지면서 그에 따른 비용 또한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금융거래 시 항상 부담했던 수수료, 금융기관 시스템 이용료가 없어지는 것이다.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T)에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금융업계에서 46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블록씨의 의료검진 비용이 대폭 낮아질 수 있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결과다. 
 
마지막으로 거래가 빨라진다. 중앙 집중기관의 행정적 처리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를 즉각 암호화하여 거래 상대방에게 전달하여 소요시간이 상당히 줄어든다. 블록씨의 부동산 거래 또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없었다면 중개인을 통한 여러 서류작업과 서명절차 등 진행과정이 더욱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선택 시 필요했던 관련내용 점검과 절차 또한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의 혁명은 아직 시작도 채 하지 않았다. 기술의 안전성과 편의성 등 사용 중 나타난 기술적, 경제적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 화폐인 비트코인 사용자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다 대중적으로 믿음을 얻고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기 위한 기술보완이 시급하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같이 P2P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혁신 트렌드를 2.0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2.0은 단순히 화폐의 기능을 벗어나 주식, 보험, 특허관리, 각종 소유권 보장 등 영역의 제한을 벗어날 수 있게 발전해갈 것이다. 블록체인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무한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
 
이병호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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