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본말전도·아전인수…우병우 vs 이석수 그리고 '수첩 개각'
2016-08-19 06:00:00 2016-08-19 06:00:00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16일 오전에는, 조윤선 장관의 문체부 컴백을 중심으로 하는 박 대통령의 3개 부처 소폭 개각 뉴스로 여론이 시끄럽더니, 저녁 8시에는, 이석수(53·사법연수원 18기) 특별감찰관이 우병우(49·19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며 <MBC>가 기름에 불을 부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혹평 일색이었던 그날의 개각은 말 그대로 ‘공주님 수첩’ 속의 불통 개각이었고, 민심을 깔아뭉갠 ‘우병우 표 개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통령이 귀가 있고 생각이 있다면, 이번 개각에서 우 수석을 교체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도 개각 내용을 보고는 아예 입을 닫았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19일 특별감찰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같은 날 저녁 난데없이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단독]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이란 제목으로 우 수석에 대한 이 감찰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앵커는,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 감찰 내용 누설은 현행법 위반이어서 논란이 예상 된다”고 밝혔다.
 
곧이어 기자는, “이 감찰관의 누설 내용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에 대한 감찰이 있었는데 경찰이 자료를 주지 않고 우 수석이 버티고 있어 검찰에 넘기면 된다”는 것이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MBC>는 이 감찰관이 누설한 정황이 담긴 SNS가 무엇인지, 이 SNS가 어떻게 입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후 청와대에서는 이 감찰관의 비밀 누설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특별감찰관이 대통령 직속기구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는 입장이 나왔고,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특별감찰관이 현행 법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아주 중대한 사안이고 국기문란이므로, 상응하는 조치와 더불어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 관련 특별 감찰관 활동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자료도 주지 않고 그나마 만들어 놓은 특별감찰제도 다 무력화시키니 우리가 공수처(공직자비리특별수사처)를 만들자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원내 정책회의에서 “‘우병우 일병’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찰대가 있어서 특별감찰관을 도청, 감청, 혹은 사찰하고 있는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우병우 뇌관, 우병우 고름, 우병우 비리 종합세트가 얼마간 계속되고 있는가"라며 한탄했다.
 
당사자인 이 감찰관은 즉각 “어떤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내고, 자신과 기자간 SNS를 단독 입수했다는 <MBC>에 대해 증거를 내놓을 것과 자료가 있다면 취득 경위가 적법한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공정 보도가 생명인 각 언론사들마저도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의 본질을 보도하는 자세가 매우 달랐다. 18일, <동아일보>는 ‘[단독]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부적절 행보’라는 제목으로 이 감찰관을 몰아 세웠고, <조선일보>는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 했나!’라며,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감찰하고 있는데, 그 특별감찰관을 들여다보고 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암시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이다. 이제 이 논란은 점점 본질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변질되고 왜곡될 것이 틀림없다.
 
몇 달 내내,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가 신빙성 있는 것이었는지, 그런 의혹 제기가 왜 그 시점에 있었는지, 사방팔방에서 몰아치는 의혹 제기와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병우 사단’이 계속해서 뻗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통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레임덕을 헤쳐 나가는 ‘박심(朴心)’이 무엇인지 등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번 <MBC> 보도를 계기로 새롭게 대두되는 의문점들도 만만치 않다. 이 감찰관이 정말로 비밀을 누설했는지, 만약 현행법 위반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찰 관련 내용을 누설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로 인해 감찰관이 노리고자 하는 반사이익이 있는지, 또한 이 감찰관을 사찰한 검은 손이 있었다는 것인지, 그 검은 손의 정체는 무엇인지, 게다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이 택한 노선과 <동아일보>와 <MBC>가 유도하는 길은 왜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인지, 이들 언론사들이 그런 행보를 보이는 뒷배경은 무엇인지 등이 참으로 궁금하다.
 
2016년 8월, 대한민국은 본말전도·아전인수·점입가경의 요지경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