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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노조 만나겠다" 발언 후…금융권 노사 "사태악화" 우려
은행측, 노조와의 성과연봉제 대화 자체 어렵게 돼
금융노조 "각 은행 노조 만나겠다는 건 와해 공작" 반발
2016-07-30 12:00:00 2016-07-30 12: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은행별 노조와 대화를 하겠다고 발언하자 금융권 노사 모두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측에서는 기존 노조와의 대화채널 자체가 무력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조도 임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은행측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의 "노조위원장들을 만나겠다"고 한 발언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별로 노조와의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발언 이후 노사 간 협상 테이블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사 간 갈등이 첨예했던 과거에도 노조와의 대화채널은 꾸준히 유지됐다"면서도 "이번 임 위원장 발언이 노조 입장에서는 각 은행별로 성과연봉제를 압박하는 것으로 간주돼 대화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은행별로 각각 상황이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노조와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전 은행에 (성과연봉제 등을)일률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임 위원장이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리더십이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노조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번 임 위원장의 발언이 금융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노조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은행(지부) 노조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금융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라며 "금융노조 위원장인 나를 만나지 않고 시중은행의 노조위원장만 만난다는 것은 개별 은행의 약점을 공략해 결국 전 금융사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26일 열린 7차 산별중앙교섭도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김문호 위원장의 강한 태도에 각 지부 노조도 은행측과의 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한 지부 노조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이슈화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은행측과 대화를 지속해왔지만 지금은 은행장도 우리도 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입장이 됐다"며 "은행장 입장에서는 금융위원장을, 노조는 금융노조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해야하는 임 위원장이 오히려 노사 간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노사 간 얼굴을 맞대고 이견을 좁히는 데에도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임 위원장이 사태만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영 금융협력포럼에서 기자들에게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조만간 노조 위원장들을 직접 만나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노조와 대화 발언에 시중은행 노사가 사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임 위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출범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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