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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처참한 ISA 성적표…정책상품의 한계
2016-07-28 19:00:00 2016-07-28 19: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수익률이 공개됐다. 지난달 말 증권사에 이어 은행들의 성적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한 계좌로 예금·적금·펀드·ELS 등 흩어져 있는 모든 상품을 통합 관리 할 수 있다며 '만능통장'으로 불리던 이 상품의 수익률은 처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은행, 증권사 등 19개 금융기관이 출시한 150개 ISA 모델포트폴리오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증권사가 출시한 116개의 평균 수익률은 0.91%, 은행이 출시한 34개의 평균 수익률은 0.37%로 나타났다. 전체 가운데 22개(14.6%)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번에 공개된 은행권 평균 수익률을 연 단위로 환산하면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수준의 수익률에 불과하다. 34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개 상품이 0%대 수익률, 9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3개월 평균 수익률에 불과하다는 핑계거리가 있지만 그동안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며 호언장담하던 금융당국이나 불완전 판매를 논란을 받아가며 상품을 판매하기 급급했던 금융사들은 무색한 표정이다.
 
ISA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비과세 혜택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는 기획상품이니까 수익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입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은행들도 선진국에서 유행한 상품이라며 일단 가입시키기 바빴다.
 
수익률이 공개된 지금에는 금융사들마저 ISA의 실효성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못 내고 있다. 
 
금융사 직원들은 이미 예상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2~3개월간 투자 상품을 급하게 꾸리면서 단기 현성금 자산 위주 상품을 포함시키다 보니 수익률이 낮다"며 "투자 상품이라기보단 예적금에 가깝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백화점식으로 내놓는 정책상품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SA뿐만이 아니다. 은행들이 보증기관과 손잡고 내놓은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 대출',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등 정책 상품이 반년동안 줄줄이 쏟아냈지만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내외적인 금융상황마저 도와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 대출'이 대박을 쳤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자체가 안심전환 대출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정책상품 현장점검을 할 때마다 "이 상품은 정책상품이 아니라 시장 자율적으로 금융사들이 내놓은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의미겠지만 요즘 상황에서는 '잘 되면 금융정책 덕분, 못 되면 금융사 탓이냐'라는 곱지않은 소리도 들린다. 금융당국은 백화점식으로 내놓은 정책상품들로 금융사들을 압박하고 있지는 않은지, 국민에게 알맹이 없는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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