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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 소년은 어른이 된다
2016-07-27 12:08:04 2016-07-27 12:08:0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여름방학을 맞이해 아이들과 함께 모험과 신비의 세계로 떠나는 공연 한 편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소설을 무대로 옮긴 연극 ‘보물섬’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제 막 올렸습니다. 소설을 무대로 여러 차례 옮겨온 전력이 있는 이대웅 연출가가 이 ‘보물섬’을 진두지휘합니다. 본래 ‘보물섬’은 재미있는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지만 연극에서는 특히 마음 속의 희망과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 그 과정에서 겪을 법한 여러 가지 갈등에 대한 소년의 단상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겨 온 가족이 함께 봐도 흥미로울 작품입니다.
 
2016 SAC CUBE 연극 '보물섬' 중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9명의 배우들이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등 4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중간중간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데요. 매력적인 악당 존 실버, 용기가 넘치는 당돌한 소년 짐 호킨스, 어딘가 엉뚱한 선주 트렐로니, 동물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벤 건, 믿음직한 의사 리브지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4부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중간중간 서사적인 인물로 빠져 나와 이 작품의 해설자 역할을 자처하는가 하면 자기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화려한 무대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내용의 공연답게 무대는 커다란 배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인데요. 무대 뒤편에 커다란 돛 모양으로 형상화된 스크린에는 열정과 낭만, 이 가득한 바다의 풍경이 시시각각 담기며 육지에서 꿨던 이들의 꿈을 반영합니다. 호젓한 바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넘어 결과적으로 최종 목적이었던 보물들이 이곳에 비치는데요. 스크린을 넘어 온 극장 안에 비치는 보물의 환영을 배경으로 한 몇몇 인물들의 모습이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소년의 상상, 꿈은 우여곡절 끝에 현실이 되고, 그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됩니다.
 
2016 SAC CUBE 연극 '보물섬' 중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작품은 목적에 도달하는 것보다 꿈을 꾸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고 값진, 보물과도 같은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대웅 연출가가 소설 속에서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길어올리는 데 그간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극 중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부족했던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초반 짐 홉킨스가 자신의 가족이 꾸려가는 여인숙에서 선장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 그래서 그 선장이 죽은 후 보물지도를 넘겨 받고 모험을 떠나게 되는 과정이 짧은 시간 내 급하게 다뤄진 탓에 인물들에 대해 몰입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볼 예정이라면 '보물섬'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조금 들려주고 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예술의전당에서 SAC CUBE라는 이름의 기획공연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영상으로도 담겨 유통될 예정이라고 하니 지방에서도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연명: 2016 SAC CUBE 연극 '보물섬'
-날짜: 2016년 7월26일~8월28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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