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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종 대기업마저…구조조정 초읽기
금감원,대기업 신용위험평가 8월초 발표…"전자업종 부실 확대" 평가
2016-07-25 19:23:50 2016-07-26 10:51:0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올 하반기부터 전자업종이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구조조정 또는 퇴출 대상으로 분류되는 기업명단에 전자업종 대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종은 지난해부터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은행권이 상반기 기업 구조조정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이번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발표되면 경영 상황이 양호한 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2016년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가 내달 초 발표되는 가운데 전자업종 대기업 여러 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한 기업들이 많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전자업종으로 기업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이달 내 마무리하고 내달 초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종은 지난 2014년만 해도 채권은행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대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작년부터 재무구조가 나빠진 기업 수(8곳)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자업종 중 글로벌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형 1·2차 벤더 등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2016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일부 전자부품업종이 장기불황의 터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이미 양과 질 모두에 있어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반도체는 가격하락과 함께 업종의 불황마저 관측된다. 또한 스마트폰도 선진국 시장의 포화와 신흥국의 수요부진으로 올해 하반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업종을 경기민감 업종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지만, 전자업종은 중점 관리대상이 아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둔화되는 순간 전자업종도 급격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비중 축소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C등급의 한 기업은 적극적인 이의제기를 통해서 등급 결과가 오르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의제기 절차 제도로 인해 평가가 지체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반발이 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나오면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퇴출 대상 기업인 D등급이 아니라 부실징후는 있으나 회생가능성이 있는 C등급을 받더라도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단기대출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단기차입금은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계속 유지되지만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자금흐름이 나빠질 징후가 나타나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회수하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도 은행들에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업체별 상황을 개별로 꼼꼼이 챙기긴 힘들다보니 상대적으로 양호한 기업들도 (자금 조달 관련)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업구조조정 리스크가 커지다가 올 상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은 리스크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은 2조9000억원이 줄어 잔액 기준 163조8000억원에 그쳤다. 은행들은 지난 5월(4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대기업 대출을 줄였는데, 올 들어 6월까지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7000억원 감소하게 됐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해마다 정례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가능성이 적은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신용위험평가를 받은 기업을 A∼D의 4개 등급으로 평가하는데, 이 가운데 C등급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대상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정기 평가에서는 C등급이 16개, 사실상 퇴출대상인 D등급이 19개였다. 지난해 연말에 실시한 수시 평가에서는 C·D등급이 총 19개였다. 올해는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적용되면서, 신용평가 대상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됐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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