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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한국기업에게 안전을 묻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삼일Pwc, 국내 최초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SMDP)' 론칭
120여 기업에 안전정책·사고 및 안전경영성과·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 책임 등 질문
2016-07-25 06:00:00 2016-07-25 06:00:00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산업재해 발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이 국민 10만 명 당 7.3명이다. 이는 멕시코와 터키, 칠레보다 많은 것으로 OECD 평균인 2.6명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에 의하면 2015년도 산업 재해자 수는 9만129명, 사망자 수는 955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폭발사고, 울산 하청노동자 산업재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노동자 사망 사건 등 국내에 산업 재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가 시작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삼일PwC가 공동으로 준비하고 국회CSR정책연구포럼이 함께 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국내 최초의 안전경영정보공개 요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국회CSR정책연구포럼·삼일 PwC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에서 제조업·건설업·에너지·교통·다중이용시설 관련 업체 등 산업의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12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 론칭 설명회’를 가졌다.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SMDP : Safety Management Disclosure Project)'란 안전·보건 등에 있어 사고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의 기업(상장·비상장·공기업 포함)을 대상으로 매년 안전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조사하는 질문지를 보내고, 이에 대한 기업의 답변을 토대로 안전경영 수준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분석 결과는 보고서로 발간되어 금융기관을 비롯한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소비자, 시민사회 등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과 이들에게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황 등 비재무적 정보를 제공하는 평가기관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데 안전경영 정보를 주요 척도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안전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우수 안전경영 기업들이 금융기관들로부터 투자와 대출, 보험 등에 있어 우선 선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안전경영을 사회책임투자(SRI)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부각해 기업이 안전경영을 제고하도록, 공기업의 경우 안전경영을 사회적 책임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의 홍일표 대표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안전경영을 통한 기업의 신뢰 확보를 강조했다. 홍 의원은 “세계적으로 안전과 보건, 제품의 안전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고 전제하고, “기업은 안정경영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 관계자들에게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안전 불감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이번 설명회는 굉장히 중요하다. 돈이 들더라도, 기업이 안전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업이 그 안전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영호 이사장은 안전사고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기업의 전근대적 사고를 지적하면서 법과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와 병행되어야 할 사항이 바로 시장에서의 판단이다”라며 “사업장 안전과 제품 · 서비스 안전 등 안전경영을 지속가능 경영의 기본으로 놓고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기업의 노동자가 행복하고, 이는 더 안전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소비자는 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주어야 하고, 정부도 사회책임 공공조달을 통해 지원하며 투자자 역시 사회책임투자를 통해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와 규격에 맞춘 질문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삼일 PwC와 공동으로 OECD Guidance on safety performance indicator, GRI,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 ISO 10377(소비자 제품 안전), OHSAS(보건 및 안전 경영시스템 인증), KOSHA(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글로벌 표준과 가이드라인 및 국내 제도를 종합적으로 참조하여 이번 ‘SMDP 2016 질문서’를 개발했다. 앞으로는 작성지침 및 산업별 고유 특성을 반영한 추가 질문을 만들 예정이다.
 
질문서의 내용은 ‘▲기업소개 ▲안전경영 및 정책(안전 리더십, 안전정책 및 목표, 안전경영 시스템) ▲안전 위험 관리(잠재 위험의 분석 및 평가, 공정 안전,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 및 대응, 아차 사고의 보고·조사 및 사후처리)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 및 대외 협력) ▲성과(안전 관련 사고 및 성과)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 책임 ▲보고데이터의 신뢰성’의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 2016의 대상 기업은 기아자동차·삼성SDI·한국가스공사·현대건설·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 등 120여 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지속가능한 사회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해당 질문서에 “응답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전경영 정보공개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응답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응답하지 않은 경우 ‘응답거부’ 혹은 ‘무응답’으로 언론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의 명성과 투명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ESG 리서치기관에 데이터가 제공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평가 등급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의 방안인 것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사의 안전경영을 점검하고 관련 로드맵을 수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전경영정보공개요청서인 이번 ‘SMDP 2016 질문서’는 오는 8월 공문을 통하여 발송하고, 11월까지 응답을 수거하여 12월에 분석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 론칭 설명회’에서는 박두용 한성대 교수가 ‘정부의 기업 안전경영 제고를 위한 정책과 방향’에 대해, 박재흠 삼일 PwC 상무가 ‘기업 안전경영의 국내외 동향과 시사점’에 대하여 발표를 맡았다.
 
박두용 교수는 소득수준에 따라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는 달라진다는 점을 들며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적 요구수준은 3만 달러 수준인 보건의 일반화를 원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의 안전 경영은 1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국민은 안전사고에 있어 사고를 당한 개인의 운이 없었다고 해석하지 않으며 국가 및 공공기관의 관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 문제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하여 국민 대신 기업이 제조상의 문제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근대 사회의 ‘면제권’ 개념이 변했음을 설명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국회CSR정책연구포럼·삼일 PwC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에서 산업의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12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경영정보공개프로젝트 론칭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KSRN
정연지 KSRN기자
편집 KSRN기획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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