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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생활가전 성공비결은 '모터·컴프레서 기술력'
55년 역사의 '가전 심장'…창원공장, R&D 메카로 재탄생
2016-07-24 10:00:00 2016-07-24 10:41:17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생활가전은 LG전자의 기둥이다. 지난 1분기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홀로 4078억원의 영업이익을 일궈냈다. 영업이익률은 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TV 부문(HE사업본부)이 제자리를 찾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MC)의 부진을 생활가전이 상쇄하고 있다.
 
LG전자(066570) 생활가전의 질주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의 공이 컸다. 초프리미엄을 표방하는 'LG 시그니처'를 필두로 트윈워시 세탁기, 얼음정수기 냉장고, 휘센 듀얼 에어컨 등 다양한 라인업이 고루 선전한 결과다. 백색가전만큼은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이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을 꼽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에너지 효율, 소음, 진동, 내구성 등이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가전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22일 LG전자 창원1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태영 LG전자 컴프레서BD담당 상무(왼쪽)와 박정현 모터BD담당 상무가 모터, 컴프레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박정현 LG전자 모터BD담당 상무는 지난 22일 LG전자 창원1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5년간 축적한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성공 비결"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LG전자의 모터 개발 역사는 선풍기용 모터를 처음 생산한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LG전자는 1973년 국내 최초 냉장고용 컴프레서 생산, 1993년 국내 최초 세탁기용 BLDC 모터 개발, 1998년 세계 최초 세탁기용 DD모터 상용화, 2001년 직선 방향으로 운동하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세계 최초 양산 등 가전용 모터·컴프레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의 또 다른 경쟁력은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부품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 글로벌 가전사들 중 모터와 컴프레서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곳은 드물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노태영 컴프레서BD 담당 상무는 "가전의 종류, 구현하고자 하는 성능 등에 따라 최적의 모터와 컴프레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모터나 컴프레서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 완제품을 최적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구리나 철판 등 자체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한 원자재를 제외하고는 경남 창원, 중국 난징, 친황다오, 타이저우, 인도 노이다, 태국 라용 등 총 7개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와 컴프레서는 연간 3000만대 정도로, 지금까지의 누적 생산량은 10억대에 육박한다. 수직으로 쌓아올릴 경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1만5000배에 달하는 높이다. 상반기 기준 전체 컴프레서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에 공급하고 있다. 모터도 독일 세콥, 일본 파나소닉, 니덱, 브라질 엠브라코, 미국 코플랜드 등에 제공 중이다. 
 
LG전자의 대표적인 모터 제품은 세탁기에 사용되는 DD모터. 이름 그대로 모터가 세탁통을 직접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모터와 세탁통이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도 줄었고, 벨트와 같이 마모되는 부품도 없어 제품 수명도 늘었다. 박정현 상무는 "DD모터와 인버터 기술을 결합해 세탁기 구동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찾았다"며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식스모션이 LG전자 세탁기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인버터 모터도 LG전자가 자신하는 분야다. 에너지 필요량에 따라 모터 회전수를 조절해 소비전력을 절약한다. 정지시켜야 할 때를 제외하고 모터에 공급하는 전원을 끊지 않으면서 공급 전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회전 속도에 변화를 주는 원리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드럼세탁기, 스탠드형 에어컨, 195리터 이상 냉장고,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전 모델에 탑재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전체 모터 생산의 70%를 인버터 모터로 채울 계획이다. 
 
LG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냉장고에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하고 있다.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를 피스톤과 연결해 직선운동으로 변환하는 일반 컴프레서와 달리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는 직선운동을 하는 리니어 모터를 사용해 에너지 변환 손실을 없앴다. 최근 들어 다른 업체들도 리니어 방식의 컴프레서 개발을 시작하고 있는데, LG전자는 15년 이상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LG전자는 기술력의 원천인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의 연구개발(R&D)도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이 분야의 인력을 20% 이상, 개발비는 전년 대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또 창원을 모터와 컴프레서 R&D의 메카로 삼기 위애 내년 완공을 목표로 20층 규모의 R&D 센터를 건설 중이다. 노태영 상무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속에서도 핵심부품의 연구 인력과 투자는 오히려 늘렸다"며 "직원 근속연수도 다른 부서 대비 1.5배 정도 길다"고 전했다. 박정현 상무는 "신제품에 대한 모터 응용 부분들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제품들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창원=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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