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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분산원장이 가져올 뉴 패러다임
2016-07-21 06:00:00 2016-07-21 06:00:00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인 용어보다는 '분산원장'이라는 용어가 보다 이해가 편할 것 같다. 문자 발명 이래 거래의 기록 즉, 장부 혹은 원장의 작성은 문자를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 장부는 변형이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장부는 권위 있는 주체(은행 혹은 등기소가 좋은 예)에 의해 중앙집중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장부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인터넷 환경에서 분산되어 있는 형태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분산원장은 전통적인 중앙집중식 장부처럼 원장에게 요구되는 특성을 모두 충족시킨다. 한발 더 나아가 분산원장은 기존 원장보다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위해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이므로 실체 화폐가 없다. 따라서 거래를 위하여는 누가 비트코인 얼마를 갖고 있고 누구에게 얼마를 지불해 현재 얼마가 남아 있는가를 기록하는 장부가 필수적이다. 즉,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장부를 위하여 개발된 기술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권은 분산원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모든 금융거래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던 금융환경에서 분산원장 체계를 도입한다면 금융산업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어서다. 각각의 거래를 개별원장에 기록하며 거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보안성과 투명성을 단 번에 강화하는 기술적 해결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산원장은 기존 금융의 미진한 부분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40여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공동 참여한 글로벌 컨소시엄 R3 CEV는 분산원장을 금융산업 내 활용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직거래 체계를 통해 중개기관이 불필요해지면서 거래 상대방 위험이 극히 낮아진다. 은행 중심 거래시 은행의 신용도와 거래과정의 복잡성 이슈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거래 당사자가 거래정보를 직접 보관하며 데이터 분산화를 통해 해킹 공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된다. 거래정보의 임의변경이 불가능해지면서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되고 중앙 집중 서버관리에 대한 비용을 절감해 거래비용 자체가 낮아지는 효과도 가져온다.
 
비금융권에서도 분산원장의 시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영국 기업 에버렛저는 다이아몬드의 정보를 분산원장으로 관리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이아몬드를 측정하여 고유의 지문을 생성한 후 해당 다이아몬드의 출처, 소유이력 등을 기록한다. 정보는 다이아몬드 온라인 개별원장에 자동 기록되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
 
필립스는 IT전문가, 의학·보건전문가, 블록체인 개발자 등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 시스템상 환자정보 및 의료기록 관리에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병원 자체적으로 의료정보를 보관하여 해킹공격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환자와 병원간 의료 전자기록을 공유하며 데이터 중앙집중 현상을 분산시키고 환자정보도 철저히 보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5 국가'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분산원장의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 도입하며 가장 이상적인 블록체인 마켓을 실현했다. 에스토니아 최대 규모 은행 LHV Pank는 세계 최초로 프로그램 머니를 활용한 금융상품 시스템을 고안했다. 비트코인 기반 증권을 만들어 가상의 공간에서 자금을 보관하고 교환하며 에스크로 서비스까지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인 인증 후 전자화폐 거래가 가능하다. 이처럼 블록체인의 파급효과는 전 산업에 크게 미칠 것이라고 본다.
 
블록체인 도입은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짚어 본 바와 같이 블록체인은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보다 나은 생활 기반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정부에서 블록체인을 주목하는 이유 또한 정부와 국민간 투명한 소통, 각종 정보 관리비용 절감과 해킹 방지, 경제활동 주체간 수평적인 정보교류 등이듯, 국내에서도 분산원장 체계 도입 방안과 구체적인 구현 방법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보의 시대, 모든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정보를 소유할 수 있고 투명한 정보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블록체인 도입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병호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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