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당신 군대나 갔다 왔어? 머릿속에 X밖에 안 든 것들이 뭘 안다고. 나도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지."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않은 분이 사드 반대 전단을 나눠주는 청년들에게 던진 말이다. 전단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적혀 있었다.
여론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사드의 실효성과 레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한 논란, 그리고 군비 강화에 관한 우려 등이 쟁점이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마찰도 당면한 과제다. 당국은 "괜찮다"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진실을 밝히고 정당한 절차(Due process)를 밟아야 한다.
사드에 맞서 북한이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면 한반도는 중무장으로 치닫게 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가 사정거리 200㎞라 대륙간탄도탄(ICBM)은 요격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명한 설명이다. 사드는 낙하하는 미사일을 지상 50㎞에서 요격하는데, ICBM은 장거리를 날아가 떨어지니 어떻게 한국에서 요격할 수 있겠는가?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가상 적국의 공격방어 체계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는 별로 없다. 러시아는 기분 나쁘게도, "러시아제 S-400 방어체계가 미군의 사드보다 우수하다"고 자랑한다. 그들은 S-400이 사정거리가 길고, 자동유도장치(Fire and Forget) 방식에 의존해 지대지(地對地)가 가능할뿐만 아니라, 300㎞ 상공에서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015년에 러시아와 모종의 최첨단(Cutting edge) 미사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군에 대항해 북한에다 S-400등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맞서 "뭔가 행동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뜻이 아니겠는가? 소름 끼치는 일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폐막한 국제경제포럼에서 서방 기자들에게 "세계가 핵전쟁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미군이 동유럽에 건설 중인 방어 미사일에 관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며, 이란의 요격용 미사일 방어망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이 '악의 축'이며,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지지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수장이 핵전쟁을 우려하다니 어리둥절하다.
이웃한 두 사람은 서로 돌아서서 만날 수도 있으나,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만날 수도 있다. 남북은 핵 미사일과 사드를 두고 지구를 돌아서 만날 모양이다. 북한은 수시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다. 100㎞ 내외의 거리를 공격하기 위해 성층권으로 로켓을 날리는 체계도 이상하지만, 정당방어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하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한반도는 첨단무기들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일본도 끼어들 것이다.
병법대로라면, 우리 국방 당국은 사드의 우수성과 안전성, 행동반경만을 홍보할 일이 아니다. 러시아제 신무기의 위험성을 해명하고 북한과 그 동맹국들의 행보를 예측해 국민들의 불안을 떨쳐줘야 한다.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면, "서로 중무장하지 말자"고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쯤되면 세계평화를 위해 군사력 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로 배치하기 전에 남북이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말자"는 군축회담을 열 것을 촉구한다. 남북 지도자들은, 이 노력이 성사되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것이다.
전자파 시비도 해소되어야 한다. 군 당국은 "사드 레이더가 지상에서 5도 이상 위쪽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2.4㎞ 전방에서는 고도 210m까지, 5.5㎞ 전방에서는 고도 483m까지는 전자파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상 주민들이 전자파의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자파는 파동이기 때문에 공중으로 직진할 뿐만 아니라 지상으로 회절하기도 한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트렌트 프랭크스 공화당 의원은 지난 14일 방미 중인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만나 "성주 참외를 내 아이들에게 먹이겠다"며 성주의 사드 배치에 따른 전자파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전자파를 유전자조작과 혼동한 것일까? 물론 레이다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전자레인지의 고주파처럼 생체를 굽지는 않지만, 전자파 위해성의 핵심은 그 파동이 인체의 바이오리듬을 교란시켜 피로를 누적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휴대폰 기지국의 전자파와 군사용 레이다 전자파를 비교함은 전자파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군 당국은 사드기지에 대해 3단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상 전자파는 평가항목이 아니다. 군사기지 내 토목·건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만으로 전자파 위해성 해소에 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전재경 서울대학교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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