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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메피아'와 술래잡기 하는 서울시
2016-07-01 06:00:00 2016-07-01 06:00:00
조용훈 사회부 기자
30일 서울시는 지난 16일 발표한 구의역사고 후속대책에 이은 두 번째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용 대신 안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시가 이날 발표한 스크린도어 레이저센서교체 비용은 오는 2018년까지 총 295억원이다. 김군(19)이 떠난 빈자리는 그가 생전에 받던 144만원보다 2만 배 많은 투자비용으로 채워졌다.
 
김군이 사망한 지 고작 한 달이 지났다. 시가 이처럼 발 빠르게 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3년 동안 동일한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했지만 왜 이제와 서야 이런 대책이 마련됐는지도 의아했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제2의 김군이 생기지 않게 하면 된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의역 사고 이후 시는 국민들에게 '메피아' 척결을 약속했다. 현재 남아있는 전적자 182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퇴출시키고, 직영전환 후에도 재고용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전적자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시로 기업 구조 개선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하청업체로 이직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메피아'를 잡으려 전적자들은 자신들은 '메피아'가 아니라며 도망치는 형국이다. 시와 전적자들 간의 술래잡기는 향후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모양이다.
 
'메피아'척결을 선언한 박 시장은 전날 정무라인 인선까지 단행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구의역 사고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고 해석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권행보를 위한 예견된 수순이라고 해석한다. 박 시장은 “분위기를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각오로 나머지 반환점을 돌 시기에 더 열심히 시민들에게 종사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시장과 함께 ‘메피아’와의 술래잡기를 끝내야 할 선수들이 사라진 셈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메피아’를 잡을 사람은 박원순 시장이 돼버렸다.
 
‘메피아’와의 술래잡기에서 박 시장이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한 기자는 박 시장에게 “전 서울시 1급 공무원이 서울메트로 사장 취임 심사를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시장은 “나중에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서울시와 메피아의 술래잡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군이 떠난 후에도 우리사회는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러는 사이 김군에 대한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술래잡기의 끝을 반드시 지켜볼 것이다. 박 시장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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