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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미래세대를 위한 3대 투자. 교육·주거·일자리
2016-06-29 06:00:00 2016-06-29 09:05:28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0:1과 5:1.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30과 5는 노인관련 예산이다. 1은 아동청소년 복지지출이고 청년층 일자리 지원예산이다. 노인에게 30을 줄 때 아동과 청소년에게 1을 준다. 노인에게 5를 줄 때 청년들에게는 1을 준다. 불균형도 이 정도면 참기 힘들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30:1은 2016년 보건복지부 예산 비교다. 2016년 노인복지예산은 9조 1,826억원, 증가율은 3.8%이다. 이에 비해 아동청소년 복지관련 예산은 3,313억원, 증가율은 2.8%이다. 아동청소년 복지관련 예산에서 교육부의 교육급여, 교육복지 증진사업,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복지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큰 지장은 없다.
 
다른 기준을 살펴보면 2015년 예산에서 65세 이상 노인 예산은 1인당 130만원이고 전체는 8조 7,789억원이었다. 이에 비하여 청년층 일자리지원 예산은 1인당 26만원이고 전체는 1조 7,584억원이었다. 5:1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73만명이고 20대 인구는 668만명으로 거의 같다. 청년고용관련 예산은 대부분 전년대비 감액되었다.
 
아동과 청소년, 청년은 미래세대다.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자체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이렇게 인색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무시무시하다. 교육비, 주거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오해해서는 안 된다. 비교지표로 노인 관련 예산을 들었지만 이것이 노인에 대한 복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인들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노인복지 시스템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한국에서 복지시스템 완비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핵심 과제다.
 
문제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미래가 없고 복지시스템 지속과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세대가 건강한 사회 경제적 생활을 할 때, 국가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국가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복지시스템도 정상적으로 발전한다. 미래세대의 전망이 어두우면 미래가 어둡고 미래의 복지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미래세대가 향후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려면 사회생활, 경제생활을 어려움 없이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년세대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 주거, 일자리는 너무나 큰 짐이다.
 
통계에 의하면 2015년 자녀 한명을 대학졸업 때까지 양육하는데 3억 890만원이 든다. 그 중 교육비가 절반을 차지하고 그 교육비 중 대학의 4년 교육비가 7,708만원으로 절반이다. 청년이나 가정이 부담하기에 너무 큰 비용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힘든 청춘도 5만9000명에 이른다. 교육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이다. 하지만 교육비를 우리처럼 철저하게 개인, 가정에 맡기는 선진국은 없다.
 
독일은 학비가 없고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생활비를 지원받아 빚더미에 시달리지 않는다. 핀란드는 대학 등록금이 무료인데다가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한달에 최고 500유로의 생활비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미국 교육부는 2016년 4월, 학자금 대출로 생업을 지속할 수 없는 38만7000명의 학생대출자에게 탕감을 허용하는 편지를 보냈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77억달러(8조8900억원)이었다. 우리의 1년 노인관련 예산 액수다.
 
주거비도 청년의 미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전국 월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은 2014년 평균 20.3%였다. 서울의 경우 일부지역이지만 그 비율이 50%가 넘는 곳도 있다. 지난 10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7.6%이었지만 가계주거비 지출규모는 89% 올랐다. 내 몸 하나 누이는 곳 마련하는데 소득의 상당부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실업률은 더 기가 막히다. 2015년 8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청 기준 9%이지만, 현대경제연구원 추산 청년체감실업률은 34%에 이른다. 이 정도면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자다. 청년들 대부분이 번듯한 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의 낮은 소득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하고 그 소득 중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쓰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마디로 빈곤의 악순환이고, 행복해 질 수 없고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구조다.
 
미래세대가 희망을 갖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미래가 없다면 노인복지도 없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결국 미래세대인 아동, 청소년, 청년에 대한 투자다. 그리고 그 핵심은 교육, 주거, 일자리다. 지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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