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윤성욱 와디즈 이사 “문화콘텐츠 분야, 팬심 통한 적극적 펀딩 장점”
공연·방송 등 영역확장 목표
2016-06-28 06:00:00 2016-06-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된 지도 5개월이 지났는데, 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의 경우 제작사들은 펀딩과 작품 소개를 동시에 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투자하고 관객수에 따라 투자이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저희 와디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문화콘텐츠 분야, 특히 영화 분야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IBK투자증권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펀딩에서 일주일만에 모집금액 5억원을 돌파했고, 최근 와디즈가 진행한 영화 ‘사냥’ 프로젝트는 하루 만에 목표금액 3억원을 달성했다. 
 
금융위원회 투자금융연금팀 관계자는 “영화 ‘사냥’의 펀딩 성공사례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이 분야의 성공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사냥’ 프로젝트를 진행한 윤성욱 와디즈 이사를 만나 문화콘텐츠 분야 펀딩의 장점과 전망,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윤성욱 와디즈 이사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와디즈
 
-영화 ‘사냥’ 펀딩이 당일 성공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금융당국이 모범사례로 언급한 내용을 봤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하루 만에 목표금액 3억원을 달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 내부에서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이 점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문화콘텐츠 분야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은
 
이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고 관심도가 높다보니 투자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영화를 예로 들면 투자자들은 해당 작품의 감독, 주연 배우들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들의 필모그래피나 흥행성적 등은 투자결정에 큰 참고자료가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한 명의 팬으로서 콘텐츠를 향유하면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홍보하면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데다가, 이른바 ‘팬심’이 강한 투자자들의 바이럴 마케팅도 기대할 수 있다.
 
-타 분야에 비해 펀딩 홍보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홍보에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영화 ‘사냥’에서는 안성기, 조진웅이라는 흥행성이 검증된 배우는 물론 한예리와 같은 최근 주목받는 배우가 등장해서 그런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 펀딩을 진행할 영화 ‘덕혜옹주’에서도 손예진, 박해일 등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콘텐츠 분야 크라우드펀딩 성공이 갖는 의미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업은 연간 7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1년에 500만원, 기업 당 2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 7억원이라는 금액이 작을 수도 있지만 크라우드펀딩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 및 자금확보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검증에서 통과하면 앞으로 다른 방법을 통한 추가 펀딩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이 만능은 아니며, 콘텐츠의 경쟁력이 없으면 펀딩에 성공할 수 없다. 크라우드펀딩을 할 정도의 투자자들이라면 상당수는 많은 정보를 갖고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한다. 영화 ‘사냥’의 사례가 이 분야 펀딩 활성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와디즈 비즈니스 컨설팅 본부는 기업 발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좌측 중앙 윤성욱 이사, 우측 중앙 최동철 부사장. 사진/와디즈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지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과거에 영화 작품에서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해야 할 정도로 펀딩이 안 되는 것 아니냐’,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기업에서나 하는 것 아닌가’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영화 ‘사냥’ 펀딩을 진행하면서 이런 인식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상황이지만, 영화 업계에서는 많이 알려지고 있다.  
 
-펀딩을 중개하는 데 원칙이 있다면
 
각자 기준이 다르겠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해당 기업 대표의 인격, 인품 그리고 살아온 과정이다. 기업도 사람이 경영하는 만큼 사람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본다. 물론 기업의 현금유동성이나 현금창출능력, 비즈니스 모델, 내부 인력, 마케팅 등도 중요한 판단요소다.   
 
-과거에도 영화 펀딩은 있었는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의 차이점은.
 
지금도 영화 제작사들이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다만, 후원형은 ‘기부’의 개념, 증권형은 ‘투자’의 요소가 강하다. 후원형은 펀딩을 하고 나면 끝이지만, 투자형은 관객수에 따라 이익이 나오면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물론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지만 후원형에 비해서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영화 ‘사냥’의 손익 분기점은 164만명인데, 관객수가 180만명일 경우 수익률은 5.7%, 200만명 13.5%. 250만명 32.2%다. 만약 200만원을 투자했다면 180만명일때 11만4000원, 250만명일때 64만4000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경력을 보면 영화 관련 분야에서 종사했다
 
쇼이스트에 입사한 것이 경력의 첫 걸음이었다. 이후 한화 콘텐츠사업팀, 엠벤처투자 콘텐츠투자팀 등을 거쳐 201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재직했다. 주로 콘텐츠 금융상품개발이나 콘텐츠 펀드 운용, 자금조달 컨설팅 등을 담당했다. 되돌아보면 영화 업종에 종사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아닌 업종에서 영화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많았다. 
 
윤성욱 와디즈 이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와디즈
 
-와디즈로 옮기게 된 계기는
 
IBK기업은행 재직 시절 크라우드펀딩 사업제휴 등으로 신혜성 대표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신 대표의 매력에 빠졌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데,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결국 크라우드펀딩 분야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결정을 내렸다. 은행에 재직하던 시절, 중소기업 입장에서 직접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기회는 거의 없지만 좋은 콘텐츠와 프로젝트가 있다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의 성장폭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수가 11개까지 늘었는데 와디즈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역량이 강점이라고 본다. 기업금융이나 투자금융,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맨파워가 받쳐주다보니 투자자와 기업을 중개하는 수많은 과정에서 창의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수년전부터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많아 중소기업은 물론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전망은
 
좋은 기업을 선별해서 기업과 투자자를 중개하는 역량이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목표실적을 채우기 위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한 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목표금액을 채우기 위해 기관 투자자들만 유치한다면 당장의 실적은 충족시킬 수 있지만 이는 크라우드펀딩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기업을 선별해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중개업체들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은
 
조만간 영화 ‘덕혜옹주’ 펀딩이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 방송 등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까지 인하될 정도로 저금리 상황인데,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 1작품에 투자하면 리스크가 높지만 5개 정도로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분산투자’가 가능해지는데 이를 구현하겠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