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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회계사기? 어떤 말이 맞을까
특별수사단 "분식회계는 일본식, '회계사기'로 표현을"
대법원 등 법원은 판결문에서 '분식회계'만 사용
2016-06-26 19:15:17 2016-06-26 19:46:2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26일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상당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듣기 전 우선 분식회계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분식회계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는 없다. 상식용어로서, 두산백과 온라인판에는 분식회계를 粉飾會計또는 'window dressing settlement'라고 표현하면서 기업이 재정 상태나 경영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粉飾의 '粉'은 명사형으로는 가루 또는 분, 색칠’, 동사형으로는 ‘(분을) 바르다, 화장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飾'꾸미다, 단장하다, 위장하다, 거짓으로 꾸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분식(粉飾)이란 분을 발라 단장하다또는 색을 덧칠해 거짓으로 꾸미다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영미권에서는 분식회계를 회계사무용어로 ‘accounting fraud(회계부정)’이라고 해서 '회계자료를 허위로 조작해 부당한 이익 또는 불법이익을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법률적으로는 회계사기정도로 이해된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분식회계는 부정확한 일본식 용어로, 법률상 정확한 표현은 비록 영문의 직역표현이기는 하지만 회계사기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20조를 보면 회장이나 대표, 이사 등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 또는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외부감사법상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부감사법 어디에도 분식이라는 용어는 없다. ‘거짓으로라는 표현만 있을 뿐이다.
 
이 관계자는 법률상 거짓말을 해서 금전적인 처분행위를 하는 범죄를 사기라고 한다“(분식회계를) 회계사기로 정의하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라는 것이 엄중히 인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분식회계라는 말을 판결문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51월 한솔신텍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는 2009. 5. 15.부터 2011. 8. 16.까지 분식회계를 통해 자본총액, 부채총액, 매출액, 당기순이익이 과대 또는 과소 계상된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이를 포함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이하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이라 한다)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였다고 설시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대부분 회계사기 보다는 분식회계라는 용어를 훨씬 오랫동안, 더 많이 사용해오고 있다. 가끔 회계사건에서 회계사기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영미권의 기업 회계사건을 외신의 보도를 따 전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한 변호사는 우리 법체계가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일본 법률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일본에는 없는 용어를 일본식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식회계 보다는 회계사기가 국민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검찰이 화두를 던진 만큼 법조계에서 이번 기회에 분식회계를 한글로 정의해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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