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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벤처와 실리콘밸리
2016-06-15 15:57:59 2016-06-15 15:57:59
이성휘 산업1부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동부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원래 포도를 생산했던 황량한 계곡지대였다고 한다. 1970년대 이후 ‘모래를 황금으로 만드는’ 반도체 회사들이 집결하면서 토대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등장해 성공신화를 써내려나가면서 현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IT산업과 벤처기업들의 대명사이자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에도 이곳에는 남녀노소, 종교와 인종, 국적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벤처 창업가들이 모여 또 다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한국에서 건너온 인물들도 있다.
 
인터넷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온라인 취업 및 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림스퀘어’의 한신환(미국명: 스티브 한) 대표도 그중 하나다. 14일(현지시간) 미 드레이퍼(Draper) 대학에서 기자와 만난 한 대표는 수년전 국내 엔젤투자사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왔고, 몇 번의 위기를 거쳐 지금은 직원을 12명까지 늘리며 미국 서부지역 대학교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한 한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계의 기술력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사업화와 가치창출에 있었다. 업체가 가진 기술력을 실제 매출이 나오는 사업으로 연결하는 능력, 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알려 투자를 끌어오는 부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목을 지적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달리 한국 벤처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유망한 벤처가 등장하면 기존 대기업이 막대한 돈을 지불해 관련 기술을 구매한다. 그 결과 대기업은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추진하고, 벤처기업은 자신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이 계속되면서 벤처시장은 활성화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국내 현실은 어떠한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기술을 편법으로 약탈하는 대기업의 모습은 흔히 발견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의 경우에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기술 베끼기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기도 전에 시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최근 들어 정부는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보호의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약탈하려는 측에 강력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 수조원대의 성장가능성을 가진 기술을 도용하고 수천만원대의 벌금으로 면죄부를 받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한국판 실리콘밸리나 제2의 빌 게이츠 신화는 요원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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