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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이모지'에 눈돌리는 기업들…디지털 '감성소통' 노린다
마케팅·광고·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 등에 적극 활용
2016-06-01 12:00:00 2016-06-01 12:00:00
‘이모지(Emoji)’는 사물이나 개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그림문자다. 단순한 기호나 부호의 조합인 ‘이모티콘’과는 구분된다. 이모지는 좀 더 자세히 표현된 상징적인 그림으로, 흔히 문자를 대체하거나 문자와 함께 쓰인다. 여러 종류의 이모지 중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최초의 이모지는 1998년 한 일본 통신사에 의해 탄생했다. 이모지의 어원은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e)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moji)의 결합이다. 요즘과 같이 디테일과 색깔이 더해진 이모지는 지난 2011년 애플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메시지 앱을 통해 다양한 이모지가 등장했다. 이제 이모지는 언어장벽을 넘어서는 소통의 도구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를 선택했다. 언어가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이모지를 옥스퍼드가 '단어'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옥스퍼드 측은 "이모지 문화가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국제적인 소통 수단의 주류로 등극했다"며 "시각적, 정서적, 즉각적 표현이 위주가 되는 디지털 세상을 살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은 전체 이모지 사용건 중 20%를 차지하는 인기 아이템이다.
 
이모지는 지난 몇 년간 급부상해 디지털 시대의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모지가 문자를 대체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나 실시간 메시지 교류에서 이모지를 포함하지 않는 대화를 찾기 힘들 정도다. 18세에서 65세까지 성인 사용자 4명중에 3명은 이모지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스마트폰 열성세대인 18세에서 25세 젊은층은 문자보다 이모지가 더 친숙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지는 전체 타이핑의 4.6%를 차지하며, 그 중 15%는 이모지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지가 온라인상에서 언어와 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소통 도구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광저우의 한 쇼핑몰에서 벽에 걸린 이모지 모형의 탈을 쓴 사람들의 모습. 사진/뉴시스·AP
 
이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섬세한 감정표현이다. 때로는 글보다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이모지는 종종 단수가 아닌 복수로 여러 번 사용된다. 이는 사람들이 비언어적 소통을 할 때, 반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며 머리를 흔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언어학자 그레첸 맥컬록은 "이모지 자체는 언어가 아니지만 언어의 보완재로써 온라인상에서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상대방의 감정이나 반응을 시각적으로 보고 느끼는 비언어적 소통을 함께 하는 것처럼 이모지가 글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로 가는 접근통로
 
개인이나 집단의 소통을 돕는 이모지는 기업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은 이모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문자를 읽고 쓰는 것보다 이모지 등 그림으로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세대다. 기업들은 이모지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특징과 성향을 포착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의 한 마케팅 잡지에 따르면, 이모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사용하기 편한 간단한 문자메시지라는 점이다. 간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비한 '퍼즐'처럼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번째는 나눔, 공유, 확산이 쉽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상에서 공유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 관계 속에서 나눔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은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은 이같은 특징을 활용해 밀레니얼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결국 해답은 그들의 언어인 이모지에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업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페이스북·구글 등 이모지에 적극투자
 
이모지가 활발하게 등장하는 SNS 플랫폼 제공업체들은 이모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얼굴로 이모지를 만드는 시스템의 특허를 취득했다. 얼굴 인식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페이스북 사용자가 올린 사진을 이모지로 바꾸는데, 사용자의 조작 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용자가 이모지에 쓸 사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올해 초 사용자가 올린 글에 대한 답변용 이모지로 '사랑해요', '슬퍼요' 등 5가지를 추가해 사용자의 반응을 세분화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좋아요'가 유일한 버튼이어서 슬프거나 안타까운 소식을 공감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달 초 남녀평등 메시지를 담아 여성을 모델로 한 13종류의 새 이모지를 공개했다. 기술자, 화학자, 의사, 농부 등의 직업을 여성으로 묘사한 그림들이다. 그동안 발표된 이모지가 성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구글은 "생활과 일터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이모지로 선택된 13개 여성 직업은 미 노동부의 통계를 근거로 과학기술 분야의 남녀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배경으로 했다. 이는 이모지를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소비자의 78%가 여성이라는 점을 인식한 전략이기도 하다. 구글은 이모지를 승인하는 비영리기관인 유니코드 컨소시엄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이모지의 주 사용자 집단이 30대 이하의 여성이라는 점을 두고 볼 때, 이모지가 여성 직업군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었다는 사실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해 최신 스마트 키보드 앱에 '스위프트모지'를 추가했다. 스위프트모지는 '예측 기술'로 사용자가 글을 쓰는 문맥과 흐름을 파악해 적절한 이모지를 찾아 제시하는 인공지능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 베타 버전이 출시된 상태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모지 마케팅' 부상…효과는 미지수
 
몇몇 기업들이 이모지를 디지털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이모지 마케팅의 투자수익률을 산출해내는 데 열을 쏟기도 한다. 기업들도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겉보기에는 시시한 이모지 시장의 뒷면에 숨어있는 과학적인 통계 결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디어마케팅 업체 스위프트(Swyft)는 어떻게 이모지를 전통적인 디지털 시장에 활용할 수 있는지 고심 중이다. 에반 레이 스위프트 공동설립자는 "메시지 앱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용자가 10억명이 넘는데, 그간의 방식을 답습한 모바일 광고로는 그들 모두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스위프트는 포드나 델의 마케팅 전략을 짜면서 이모지 사용자를 목표로 재설정하는 '리타깃' 방식을 적용했다. 우선 소비자 전체를 대상으로 마케팅 이벤트를 실시하고 그 중 '웃는 얼굴', '좋아요' 등을 남긴 소비자를 리타깃으로 삼아 2차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외에 이모지를 이용해 독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멸종위기의 동물 17종을 이모지로 제작해 트위터 광고로 활용했다. 이 단체는 동물 이모지를 소개하는 트윗을 보냈는데, 받은 사람이 한번 리트윗할 때마다 11센트를 기부하게 되는 자선 캠페인을 벌여 주목받았다. 도미노피자는 이모지를 피자 모바일 주문과정에 도입해 주문시간을 단 5초로 단축시켰다. 이모지 피자가 단축키로 사용돼 소비자가 거쳐야하는 여러 단계의 주문 과정을 한 단계로 압축한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이용하기도
 
이모지는 소비자의 정서적인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모지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브랜드나 이미지나 제품 선호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할 수도 있다. 이모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노리는 기업들도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모지사이언스(emojiscience.com)라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화학시간에 배운 원소주기율표를 닮은 '이모지 실험표'가 나온다. 방문자가 그 중 마음에 드는 이모지를 선택해 클릭하면 '이모지 사이언스'라는 1~2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중 하트 이모지를 클릭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뇌에 관해 GE가 만든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된다. 지구 이모지를 클릭하면 과학자 빌 나이가 친근한 모습으로 기후 변화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나온다. 로켓 이모지를 클릭하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새로운 우주선에 관한 정보가 제공된다. GE는 이모지를 이용해 흥미 있는 과학 상식을 소개한 웹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지선 미국공인회계사·국제경제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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