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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금감원의 이상한 옴부즈만 제도
2016-05-31 15:57:24 2016-05-31 15:57:2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달 1일부터 옴부즈만 인원을 확대해 불합리한 규제·감독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독립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옴부즈만 업무의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임용 때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 1명만을 임명했던 옴부즈만을 민간전문가 3명으로 확대·개편해 금감원의 불합리한 규제 관행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을 은행·비은행권역 옴부즈만으로 위촉했고, 황건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과 김병현 전 LIG손해보험 사장을 각각 금융투자와 보험 권역 담당으로 임명했다.
 
이들 3인이 모두 금융권 출신이어서 공공복리를 고려하기보다는 각 업계의 입맛에 맞는 건의와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금감원은 제도 시행일 하루 전인 31일에 부랴부랴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본인 또는 본인이 소속된 회사나 단체 등이 해당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해당 옴부즈만을 직무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애초에 골수 은행맨을 은행 권역 담당으로, 증권맨과 보험맨을 각 권역 담당으로 임명해 이해관계에 얽힐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말대로 이해관계를 고려했다면 처음부터 다른 분야의 인물을 선임했어야 옳다.
 
또 한가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은 3인의 옴부즈만을 금감원 직원이 보좌한다는 내용이다. 말이 보좌지, '마크맨'으로 오인 받기 딱 좋은 구도다. 관료들의 부당한 처분을 지적해야 하는 옴부즈만 업무에 관료들이 개입하는 꼴이다. 각 권역별 보좌진은 은행·비은행국장, 금융감독국장, 금융투자검사국장 등 부서장 경험이 있는 연구위원 3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 옴부즈만이 수렴하고 개진한 의견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 현장점검 제도는 현장에서 내놓은 의견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수렴되고 거절됐는지 홈페이지상에 명시돼 있다. 반면, 옴부즈만 제도는 몇몇 대표적인 사례만 공개될 뿐, 모든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구조로 돼 있어서 불승인된 건의사항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옴부즈만 제도 초기라 시스템 구성에 미비점이 있으며 앞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금감원 옴부즈만 제도가 금융 소비자가 아닌 금융업계의 고충을 대변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금감원은 업계의 건의사항 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의 건의사항도 접수해 제도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나, 그렇게 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지난 2009년 3월에 출범한 금감원 옴부즈만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금감원의 불합리한 감독을 지적하고 건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즉 태생부터가 금융 소비자가 아닌 금융회사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옴부즈만 확대 개편으로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금융회사 직원의 불만을 해결해주면 정말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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