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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증권산업)대형화 재편·매각설 영향 구조조정 우려
3년간 직원 6천여명 감소…올해도 구조조정 우려 존재
2016-05-30 06:00:00 2016-05-30 13:58:58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증권업계의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반짝 업황이 좋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구조조정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증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 효과도 예전같지 않고, 관심을 모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수혜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쉬운 해고 방침과 맞물리면서 증권가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증권맨들의 상황은 ‘파리목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언제 회사를 떠나게 되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증권 업계는 은행권에 비해 고용면에서 안정적이지 않고 노조도 약해 보호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업황도 좋지 않으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기회만 된다면 다른 업종으로의 전직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본규모 기준 국내 5위권 안에 드는 증권사에 재직 중인 A씨의 말이다. 그만큼 증권 업계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관련한 우려가 높고 이로 인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증권 업계는 구조조정 한파가 불었으며, 올해도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증권업계 임직원은 3만6235명으로 2013년 4만2317명에 비해 6000명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지점 수도 1625개에서 1187개로 현저한 감소추세를 보였다. 
 
증권 업계의 구조조정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과 일부 증권사의 매각설 등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는 큰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현대증권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다. 지난 27일에는 KB금융, KB투자증권, 현대증권 임원 등 67명이 참석한 통합 워크숍을 개최해 향후 전략 방향과 조직문화의 통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화투자증권-푸르덴셜증권, NH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아이엠투자증권 등의 합병 사례를 보면 시기가 문제일 뿐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면서 “인수업체인 KB투자증권(593명)에 비해 피인수업체인 현대증권(2350명)의 인원이 많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보다는 차라리 KB금융에 인수되는 걸 희망했다”며 “구조조정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는데, 그렇더라도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측은 “내달 양사 사전통합(PMI)기획단이 출범하면서 구조조정 사안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구조조정 사안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왼쪽부터 KB투자증권, 현대증권 전경 모습. 사진/각 사
 
한편, 일부 증권사들이 올해 매각설에 휩싸인 점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매각설에 거론된 증권사 직원은 “실제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면서도 “타 증권사 직원들과 매각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침이 없다 보니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 업계가 지난 몇 년간 인력감축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규모 구조조정 여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대형사 위주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LIG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사모펀드에 인수됐거나 인수과정이 진행 중인 곳도 구조조정 이슈가 잠재적으로 남아있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올해 증권사가 61개에서 57개로 감소했으며, 대형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권사들이 희망퇴직 등의 방법 외에 일방적으로 본부에서 지점 또는 후선 부서로 발령을 내는 등 우회적인 퇴사 압박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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