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운호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홍만표(57) 변호사가 17시간에 가까운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28일 귀가했다.
홍 변호사는 이날 오전 2시50분쯤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할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조사 잘 받았다"고 답한 뒤 승용차에 탑승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검찰에 따르면, 전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도박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그를 변호하면서 수사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로비를 벌인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회장 부부 등을 변론한 뒤 거액을 받아 탈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이와 함께 자신이 경기도 파주에서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적인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집중 추궁했으며, 홍 변호사는 탈세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영향력 행사나 로비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 변호사는 전날 오전 9시50분쯤 출석해 몰래 변론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각종 의혹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 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은 상당 부분 해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임료 탈세 의혹을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대답했다.
정 대표의 도박 사건 수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 의혹에 대해서는 "몇 명의 변호사와 같이 협업하는 절차를 취했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다"며 "나름대로 많은 의견서도 제출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변론의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출신의 그는 특수부 후배 검사들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사건 의뢰인과 가족이 저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홍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19일에는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기 파주시와 성남시 부동산 개발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법연수원 17기인 홍 변호사는 부산지검 울산지청을 시작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특수부검사,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2·3부 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등을 역임하면서 잘 나가는 특수부 검사가 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근무했으며 검찰로 복귀한 뒤에도 수원지검, 서울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대검 수사기획관 등 특수부 검사로 줄곧 활동했다. 법무부 홍보관리관과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부정축재'사건, 한보그룹 비리 사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등 여러 거물급 사건들을 수사해 검찰 내 대표적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노 전 대통령 수사 등과 관련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선정적으로 언론에 흘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대검 기조부장을 끝으로 변호사가 된 뒤에는 각종 ‘몰래 변론’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2013년 4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조 전 청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다는 얘기를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 이사장에게 들었고, 임 전 이사장에게 그 얘기를 해 준 사람이 홍 변호사라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당시 "나는 임경묵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고,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차명계좌는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법정에서 한 말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 이번 소환조사 결과와 관계자들의 진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이르면 주말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 기소했다.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모씨 사건을 맡아 재판부에 로비를 벌여 집행유예·보석허가 등을 받게 해주겠다며 총 100억원을 받은 혐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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