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헌법재판소의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심판 청구 각하 결정이 나오자 정치권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소야대로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은 심판 청구 당시의 기세가 한층 꺾인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내내 국회선진화법으로 주요 민생현안이나 국가적 과제들이 처리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당은 의회질서를 존중하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연한 결론으로 존중한다"며 "국회의 의사 자율성에 기반을 둔 내용들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새누리당이) 헌재로 들고 간 것 자체가 유감이다. 새누리당은 보다 성숙한 자세로 협치에 임해 달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귀결"이라며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률이 시행과정에서 일부 당의 이해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부 기관인 헌재로 가져가는 것은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만약 헌재의 청구 인용으로 국회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당은 더민주나 새누리당 각각의 과반 요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명실 상부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었지만, 각하 결정으로 무산됐다.
정의당은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에 의한 일방독주를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헌재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동일한 입법환경 속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여권 성향 무소속 당선자들을 합쳐도 과반이 안 되는 새누리당은 스스로 위헌성을 주장했던 선진화법 규정에 기대 야당의 법안 처리를 막고, 반대로 야당은 이를 우회할 입법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반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는 야당의 경우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국회법 57조2항) 또는 법안 고의 폐기 후 본회의 부의 요청(국회법 87조)에 국회의장의 협조 등의 조건이 갖춰지면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라도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선진화법 규정이 19대 국회의 입법 교착상태를 장기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만큼 국회법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산발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월 국회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요건을 '재적 5분의 3의 가중의결정족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일반의결정족수'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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