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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공동체 삶에 기여하는 '주체적 글쓰기' 비법
'진보적 글쓰기' 김갑수 지음 | 초록비책공방 펴냄
2016-05-26 06:00:00 2016-05-26 0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진보적 글쓰기(김갑수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는 소설가 겸 인문학자인 김갑수가 수십년 간 글쓰기 강좌를 진행해오며 정리한 노하우를 담아낸 책입니다.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예상과는 달리(?) 정치적 성향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오직 글쓰기에 대해 집중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두에서 먼저 한국사회에서 자주 곡해되는 '진보'라는 말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진보란 내가 주체가 되어 역사를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을 뜻합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글로 자기 자신은 물론 공동체의 삶에 기여하는 글쓰기를 지향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이 같은 제목이 붙었습니다.
 
남의 장점 탐내기보다 자기 단점 정확히 보기
 
자신이 지닌 생각에 비해 글을 쓰는 기량이 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법 합니다. 최근 나온 글쓰기 교재 중 가장 꼼꼼하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만한 책인데요. 저자 김갑수는 "현장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게끔 철저하게 책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습니다. 막상 글을 쓰고 고치는 데는 도움이 안되는 이론서를 탈피해보자는 게 이 책의 저술 목적 중 하나였는데요. 과거 글쓰기 선생으로 대략 1500명 정도의 제자들을 서울대에 입학시켰다는 저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방법만 연구하지 잘 못쓰는 것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김갑수는 "자기 단점을 보지 않고 남의 장점만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글쓰기 수업과 함께 종합적으로 거론하려는 차원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자가 꼽는 좋은 글의 요건 세 가지는 '주제의 명료성', '표현의 정확성', '생각의 깊이' 등입니다. 논증문의 경우 여기에다 '논증의 적절성', '논리적 구성과 전개' 정도가 추가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글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순수성', '진지성', '참신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같은 생각을 기반으로 책은 1부 일반적인 글쓰기, 2부 논리적인 글쓰기, 3부 서사적인 글쓰기, 4부 진보적인 글쓰기를 위한 핵심 쓰기자료 등으로 나뉘어 구성됐습니다.
 
1부 '일반적인 글쓰기'에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쁜 글을 안 쓰려고 노력하자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진부하고 유형화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대중매체에서 글의 소재를 구하지 말라든가, 글쓰기 교본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추구하지 말라든가 하는 조언이 눈에 띕니다. 또, 다른 글쓰기 책들의 경우 서론, 본론, 결론에서 특정한 내용들을 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글은 짧으므로 이를 반영하다가는 도식적인 글쓰기가 되기 쉽다고도 경고합니다. 특히 참신하지 않은 비유, 표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비유'를 피하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시적 언어인 비유는 일상의 언어 혹은 과학의 언어로는 좀처럼 표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 할 때에만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저자는 "예술적인 것을 아무 데나 구현하면 안되고 글의 본질적인 성격에 부합하도록 써야한다"면서 "글을 가르칠 때 대체적으로 글쓰는 것에 대해 허황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가들의 것을 모방하려다가 자기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2부 '논리적인 글쓰기'에서는 먼저 설명의 방식에 대해 소개합니다. 예시, 유추, 비교와 대조, 인과, 분류와 구분, 분석 등을 간단히 제시한 뒤 논증과 추론이 그 다음에 소개되는데요. 이론중심을 탈피하고자 하면서도 기본 이론의 경우에는 빼놓지 않고 간략히라도 짚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저자의 꼼꼼함이 엿보입니다. 또 논증적인 글쓰기의 두 유형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자기주장을 제시하는 글,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이 이 두 가지 유형에 해당하는데요. 주장의 핵은 근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전으로 주장하는 글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하는 연습문제들이 눈에 띕니다. 이밖에 감상 비평문 쓰기를 논리적 글쓰기의 영역에 집어넣은 점, 논리적 오류들 익히기를 통해 꼼꼼하게 자신의 글을 반추하도록 유도한 점 역시 이 책의 특이점이자 장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3부는 '서사적인 글쓰기'인데요. 이 대목에서는 글쓰기의 기본이 되면 장르를 불문하고 다른 글쓰기의 영역으로 자유로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강조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칼럼을 쓴다고 하면 칼럼의 특징만, 논설의 경우 논설의 특징만 생각하는데 사실 글에는 공통되는 부분이 80% 이상 된다"며 "먼저 글이 돼야 한다. 그러면 수필이건 칼럼이건 간에 각 장르별 글을 유연하게 이것저것 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부에서는 담화수필, 가족 이야기, 추도문, 평전, 여행 글, 소설 등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법한 글쓰기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글쓰기 수업을 흥미롭게 이어나갑니다.
 
마지막 4부에는 저자가 진보적 글쓰기를 위한 핵심 쓰기자료라 생각하는 제자백가와 춘추전국 이야기를 모아뒀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상 교양서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저자는 온갖 학파의 사람들이 각기 제 목소리를 냈던 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배경지식으로 다진다면 좋은 글쓰기에 더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제자백가 이야기를 숙지하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요즘 글쓰기 교재가 많이 나오고 있지요. 사실 모두에게 맞춤형인 책은 없을 테지요.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책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할 일인데요. 다만 이 책 '진보적 글쓰기'의 지향하는 바는 글쓰기 책으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되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좋은 내용의 글을 많이 발췌해 수록했다고 해서 그 책이 좋은 글쓰기 책이라 볼 수 없고, 읽다보면 나의 잘못된 글쓰기 습관이 발견되는 책이어야 좋은 글쓰기 책이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의 글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 글을 쓰길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점을 꼭 기억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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