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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범죄인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다
2016-05-24 06:00:00 2016-05-24 0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이 모여 살자 범죄가 생겼다. 가정과 같이 아무리 작은 공동체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범죄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성경에 의하면 최초의 잔혹범죄는 형제간 살인이다. 사회는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면서 범죄의 토대다. 사람과 사회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도를 완벽히 만들어도 사회는 완전할 수 없다. 최소한 범죄를 완전히 없앨 정도로 완벽해 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가난한 분들과도 함께 살아야 한다. 가족과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이다. 이들도 존엄성이 있고 스스로 판단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들이 통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격리하는 예방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범죄는 큰 틀에서 보면 질병과 비슷하다. 질병과 범죄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인류의 발생부터 함께 해 왔다. 끊임없이 추방하려고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으나 질병과 범죄는 추방되지 못했다현재의 의료 수준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수준이다. 하지만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다. 새로운 질병도 계속 생기고 있다. 당뇨나 고혈압, 비만과 같은 현대형 질병은 확산일로다. , 뇌질환,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수도 줄어들지 않는다. 모두 사회 변화의 결과 생겨난 현대형 질병이다. 이런 질병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는다.

 

질병 중 페스트와 같이 세균과 바이러스로 인한 것은 예방이나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형 질병, 생활습관, 사회시스템에서 비롯된 질병은 알약 하나로 치료되지 않는다.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면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사람과 질병의 관계는 사람의 자연 치유력을 믿으면서 질병을 관리하는 공존 속의 관리 관계이다.

 

범죄도 이와 비슷하다. 범죄 퇴치방법이나 기술, 수사와 재판 기술은 급격히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범죄는 늘어갈 뿐 줄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가 줄어들면 사회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지표로 읽어야 한다.

 

범죄 중 살인과 절도와 같은 고전적인 범죄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여기에 새로운 범죄가 가세한다. 환경범죄, 금융범죄, 증권범죄, 정경유착, 사이버범죄, 테러 등은 모두 사회시스템에 기인하는 새로운 범죄유형이다. 새로운 범죄도 줄어들지 않고 늘어갈 뿐이다.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꾸준히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사람과 범죄의 관계 역시 공동체의 자생력을 바탕으로 범죄를 관리하는 공존 속의 관리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이상 범죄자와 함께 살아간다. 건강한 사람이 세균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것과 같다. 당장 우리의 현실을 보더라도 한해 1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기소된다. 10년을 모으면 약 1천만 명이다. 이 정도면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 범죄인이 최소 한명 이상은 된다는 것이다. 이들을 모두 사회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범죄인 역시 우리의 가족이요, 사회 구성원의 일부다.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지금 범죄인이 형을 살고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범죄에 대한 대책은 공존 속의 관리 이외에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최근 잔혹범죄, 흉악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도 있고 정신질환자의 범죄도 있다. 범죄가 잔인하고 흉악한 만큼 사회에 주는 충격도 크다범죄에서 드러난 증오는 전염성이 있다. 그래서 피해자와 일반 시민이 범죄에 대해 증오를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에 따라서는 증오가 범죄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과도하게 표출된다. 질병을 제대로 막지 못했을 때 환자나 환자를 다루는 집단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범죄자 격리만으로 범죄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사회 정책과 함께 형사정책을 펴야 범죄는 겨우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사건도 정신질환자의 범죄로 밝혀졌다. 범죄인이지만 그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정신질환자였다는 점도 사실이다범죄와 범죄인에 대한 과도한 증오는 분석이 필요한 또 다른 사회현상이다. 하지만 증오만으로는 범죄를 해결할 수도 없고 범죄인을 교화할 수도 없다. 범죄는 증오할 수 있지만 범죄인은 증오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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