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은 테러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임위원회에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논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이외의 지역에 출동해 대테러 진압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시행령 제18조다.
지난 15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전담조직을 규정한 조항을 통해 국외·군사시설·항공·해양·국내일반 등의 5개 분야별로 테러사건대책본부(대책본부)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대책본부의 장을 각각 외교부·국방부·국토교통부·국민안전처·경찰청의 기관의 장으로 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18조는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여 대책본부의 장이 요청한 경우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이외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장·차관급에 불과한 대책본부장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군을 움직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정부에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한 인권위의 이같은 의견이 나오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시행령에 담긴 일부 조항에 대한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유승희 의원은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법(테러방지법) 자체가 위헌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서 시행령에서라도 치유되기를 바랐는데 4·13 총선의 결과도 있는 상황에서 위헌적인 요소를 강화시킨 시행령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하며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하거나 정부안 자체를 폐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행령 제18조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할 대테러센터의 장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국정원이 조직을 장악할 우려가 크다는 점 ▲국정원장이 포함된 대테러 업무 관계기관장이 지역 테러대책협의회 등 10개의 전문 조직을 구성하도록 해 헌법상의 포괄위임 금지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인권보호관이 유명무실하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른 야당도 이같은 지적에 대체로 동조하며 20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개정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당 천정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시민사회단체와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같은 우려를 갖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지 않아 당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 지형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정원의 부당한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시행령 제18조를 비판하며 "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를 '포고령 통치'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포고령 통치는 연성 독재다. 입법사항을 전부 정부가 가져가 법률상 시행령으로 취급하고 위헌적 내용을 담는 방식이다.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4일부터 법안이 당장 시행되는데 그전에 막을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제1당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역할이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희도 원내에서 강력하게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유승희 의원과 시민사회단체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테러방지법 시행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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