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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담대한 논쟁' 사라진 원내대표 경선
2016-05-01 11:22:05 2016-05-01 11:22:05
국민의당이 먼저 당선자 만장일치로 박지원 의원과 김성식 당선자를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이번 주 원내지도부를 뽑게 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모든 당에서 이번 원내지도부는 매우 중요하다. 대외적으로는 여소야대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20대 국회 원구성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전당대회 준비, 대선 기반 마련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판을 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4선의 강창일·이상민, 3선의 노웅래·민병두·우상호·우원식 의원 등 모두 6명의 후보가 나섰다.

 

경쟁이 치열해 보이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과거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인사들이 ▲모든 의원들에게 지역구 상황을 감안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거나 ▲매머드급 경선 캠프를 꾸려 전국적 선거운동을 하고 ▲정책위의장은 물론 원내부대표들에 대한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까지 제시했던 것과 비춰보면 지금은 싱거운 편이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당의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불개입 선언을 해놓고 있고, 김종인 대표 역시 나서기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주류 색채가 가장 짙은 홍영표 의원은 출마 준비를 하다 등록을 포기했다.

 

57명에 달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초선 의원들에 대한 접근도 조심스러워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 "(원내대표 후보군들로부터) 사적 인연을 통한 접근은 좀 있는 편이지만 무슨 '오더' 같은 것은 아직 없다. 그런 게 있어도 안 먹힐 것이다. 아마 경선 현장 분위기가 중요할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살얼음 걷듯 하긴 새누리당이 더 하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단 선출, 줄어든 여당 몫의 상임위원장 배분, 상임위 배치와 함께 각종 주요 법안의 협상의 키를 쥘뿐더러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당의 간판 노릇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짐짓 모른 척하고 있는 청와대와 관계 설정도 가장 큰 임무다.

 

하지만 나경원(4선, 서울 동작을), 유기준(4선, 부산 서동), 정진석(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 모두 조심스럽다.

 

"나를 이제는 친박이라 부르진 마라"면서도 "친박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할 순 없다"고 말하고 있는 유기준 의원이 그나마 발언에 거침이 없는 편이긴 한데, 유 의원에게 오히려 친박 진영의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양당 상황을 짚어보면 이해가 되긴 하면서도 아쉬운 면이 더 크다. 두 당 모두, 후보들 모두 너무나 조심스럽다. 당내 어느 계파나 세력, 예비 당권 주자들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으려는 느낌만 너무 강하다. '비토'를 줄이겠다는 것은 보이는데 '비전'은 안 보인다.

 

이러다 보니 "내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가깝다"라거나 "나 정도는 돼야 박지원을 상대할 수 있다"는 엉뚱한 논란이 벌어질 정도다.

 

"우리 당이 정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이런 방향으로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20대 국회의 우선순위는 여기에 두겠다"하는 정도의 출사표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에서 이긴 더불어민주당도, 패배한 새누리당도 담대한 논쟁이 필요하다. 원내대표 후보들이 앞장서야 하고, 경선에서 논쟁의 물꼬가 터져야 한다. 그래서 그 토론이 전당대회까지 이어지고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결론을 내는 당이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 분명하다.

 

혹여 "일단 당선되고 보자. 그다음에 당대표 후보들, 혹은 대선 후보들 분위기를 보면서 방향을 정하자"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마음을 고쳐먹기 바란다. 지금 원내대표가 내놓아야 할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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