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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지각변동)①몸집 키워 대형화 나서…당국 의지도 긍정적
2016-05-02 06:01:00 2016-05-02 06:01:00
[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금융투자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단연 가장 큰 변화는 주요 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대형화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인수로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이 예고되는 등 ‘규모를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금융투자업계 내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대형 증권사를 육성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도 이러한 트랜드 변화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형사에 밀려 입지가 위축됐던 중·소형사들은 나름의 특화전략을 내세워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또 올해부터 시행된 비대면계좌개설은 업계의 또 다른 경쟁창구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생존전략을 정리해본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화두는 대형화 트랜드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인수,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흡수 등 굵직한 대형 인수·합병(M&A)이 연이어 이뤄지면서 규모를 키워야 생존할 수 있는 이른바 ‘대형화 추세’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화를 바탕으로 한 업계 구조개편은 중장기적으로 경쟁 완화와 수익성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옛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규모는 단순합산을 기준으로 8조원에 육박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매입한 대우증권의 지분 43%를 자사주로 계상해 자기자본에서 차감한다고 해도 자기자본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대형사들은 통합 미래에셋대우와 경쟁하기 위해 몸집불리기가 불가피한 가운데 추가 M&A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들은 나름대로 통합 미래에셋대우라는 초대형 증권사의 시장지배력 확대에 대응하고자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고,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와 증자 논의를 진행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대형화로 금융투자업계의 재편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자기자본규모 기존) NH투자증권(4조3800억원), 대우증권(4조1000억원), 삼성증권(3조4000억원) 순에서 향후 통합 미래에셋대우(7조7500억원), NH투자증권(4조5300억원), KB투자증권+현대증권(3조9000억원) 순으로의 규모 재편을 앞두고 있다. 2008년만 하더라도 2조원대 초중반에 머물던 국내 대부분 증권사의 자본력은 어느덧 3조~4조원을 훌쩍 넘기게 됐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도 뒷받침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이 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의 중심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관련 5대 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그 중 하나로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계획’을 밝혔다. 당시 임 위원장은 “상반기 중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NH와 우투, 미래와 대우, KB와 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 간 합병은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증권사들의 대형화 노력에 맞춰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투자은행의 적극적인 위험 분담과 이에 따른 완충 역할을 할 자기자본 확보 등 대형화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대형 투자은행을 키운다는 취지로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는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옛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사가 이 자격을 획득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말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넘게 키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신한금융투자까지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주사인 신한금융과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한지주의 경쟁사인 KB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데 따른 일환이란 평가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면 일반 증권사 면허로는 불가능한 기업 신용공여(대출)와 헤지펀드 거래·집행·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전담중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증권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가운데 대형사들의 거대해진 자기자본 활용 능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며 “M&A를 통해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국내 증권사는 자본력, 브랜드 가치, 리스크관리 능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위탁매매 업무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앞으로는 증권사의 핵심업무라고 할 수 있는 IB관련 업무와 자산관리 업무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활성화해 기존의 저수익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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