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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면세 정책
2016-05-02 06:28:06 2016-05-02 06:28:06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원칙도, 일관성도 없었다.
 
정부는 서울에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 등 총 4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고, 부산과 강원도에도 각각 1곳의 면세점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추가 면세점 특허 입찰을 공고하고, 4개월의 공고절차와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면세점은 직매입과 보세창고 설치 등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다.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기본적으로 오픈 후 2~3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해 특허권을 준 신세계와 두산의 경우 아직 서울 시내면세점의 문도 열지 않은 상태다.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은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등) 특정 업체에만 특별히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면세점을 추가한다는 것 자체가 특혜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면세점에도 외국인 고객의 발길이 뜸한데, 굳이 더 많은 면세점이 필요했을까.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불과 3년만에 스스로 뒤엎었다. 정부는 서울 1곳을 중소·중견기업에 내주겠다지만, 이 역시 단지 전체 특허수의 20% 이상을 의무 할당해야 한다는 관세법에 따른 조치일 뿐이다.
 
서울에서 대기업 면세점 9곳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중소·중견기업은 얼마나 될까. 그나마 현재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으로 분류된 동화면세점은 이미 40여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갖춘 국내 1호 면세점이고, 지난달 29일 그랜드오픈한 SM면세점은 중소기업으로 분류하기엔 규모가 상당한 하나투어의 자회사다.
 
지방 면세점도 걱정이다. 서울 생활권에 속하는 인천과 수원 등 수도권 지역에 문을 연 중소·중견 면세점은 이번 방침으로 아사 위기에 처했다.
 
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면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도 부담이다. 새 면세점이 문을 열면 1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인테리어 공사비용은 각 브랜드의 몫이다. 매장 판매사원의 인건비 역시 협력업체가 부담한다. 그만큼 수익이 돌아와야 하는데, 신규 면세점들의 부진한 실적으로 인건비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중소기업은 1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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