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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우사인 볼트에게 ‘푸마’아닌 육상화를 강제로 착용하게 한다면?
국가대표에게 후원사 라켓 사용을 강제하는 배드민턴협회의 부적절한 처사
2016-02-12 20:24:41 2016-02-12 20:25:08
세계 육상 100미터 최강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같은 국제대회에서 항상 '푸마' 브랜드(제조사)의 육상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다. 우사인 볼트가 푸마 육상화를 신고 경기에 나서는 이유는 푸마가 자메이카 육상 국가대표팀 후원사이자 우사인 볼트의 후원사이기도 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라면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후원조건의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푸마 육상화를 신는 이유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우사인 볼트에 대한 관심과 인기 덕분에 푸마는 후원비용 지출 대비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국제육상연맹(IAAF)이 자신이 주최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육상대회에 참가하는 우사인 볼트에게 IAAF 후원사(partner) 브랜드(현재는 아디다스다)의 육상화를 신고 경기에 나서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IAAF가 자신에게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하는 아디다스에 대한 반대급부로 IAAF 주최 육상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아디다스 브랜드의 육상화를 착용하여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얘기다. 불가능한 이유는 마케팅 측면과 법적 측면에서 선수에게 선수가 소속된 스포츠단체의 후원사 용품을 강제로 사용케 할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에게 푸마 아닌 아디다스 육상화 착용을 강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런데 그런 불가능한 사례가 실제 국내에 존재한다. 내가 인터뷰한 한국방송공사(KBS) 1TV 12일자 스포츠뉴스에 보도된 내용인데,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신계륜)는 배드민턴 국가대표선수들에게 협회 후원사의 라켓 사용을 강제하는 내부규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선수들은 국가대표 활동과 관련하여서는 후원사 라켓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방송시간상 이러한 대한배드민턴협회 내부규정 및 행정의 문제점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보도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이번 글을 통해 독자들과 이 문제를 고민하고자 한다.
 
스포츠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같은 스포츠단체는 재정 마련 등의 필요에 의해 재정지원을 하는 후원사를 유치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후원사는 재정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스포츠단체 및 소속 선수들과 관련한 마케팅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종목단체는 이러한 후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후원계약에서 후원사의 권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내부규정에서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내용을 마련한다. 현재 국내외 스포츠마케팅 실무상 스포츠단체 공식후원사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단체 마케팅 자산을 활용하여 광고 및 홍보할 수 있는 권리(선수들의 집합적 초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대표적이다), 용품을 단체나 선수에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 등이 후원사의 주요 권리이다.
 
그런데 스포츠단체 후원사가 취급하는 브랜드 용품 중에서 의류가 아닌 신발, 라켓과 같은 장비용품을 단체 소속 선수에게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를 후원사로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후원계약과 내부규정에서 소속 선수에게 의류가 아닌 신발, 라켓 등과 관련하여서는 후원사 브랜드 사용을 강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두지 않고 있다. 대신 선수에게 후원사 취급 장비용품을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는 제공에 그치는 것이지 사용 여부는 선수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마케팅과 법적 측면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내부규정은 문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스포츠 경기에서 장비용품은 승부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수들마다 브랜드의 선호도가 다르고 브랜드의 기능적 차이가 선수들에게 주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른데, 엘리트 선수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선수가 개인적으로 줄곧 사용해왔던 브랜드의 장비용품이 아닌 협회 후원사의 장비용품을 사용하는 경우에 적응하는 문제도 있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전 경기 당시 국가대표 이용대, 유연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장비용품은 선수들간 통일해야 할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협회 후원사의 것을 강제로 사용케할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대표로서 경기에 나서는 경우에 유니폼은 통일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협회 또는 국가대표 후원사가 만든 국가대표 의류를 착용하여야 한다. 선수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 내지 디자인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운동화, 라켓 등의 장비용품은 선수들간에 반드시 통일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특히 선수 개인이 사용하는 장비용품의 브랜드 노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무조건 협회 후원사 장비용품 사용을 강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처사는 지나친 것이다(실제 그러한 방안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선수들의 개인적 마케팅 기회를 빼앗는 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대표와 같이 이른바 스타 선수의 경우에는 그 유명도 덕분에 개인적으로 후원사를 유치할 수 있다. 특히 장비용품 브랜드의 경우에는 후원의 대가로 후원사 장비용품의 착용을 원한다. 선수가 후원사와의 후원계약을 원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혜택을 받는 대신에 의무를 부담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대한배드민협회의 경우엔 사정이 다른다. 후원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고 그 후원에 따른 직접적 혜택을 받지 않는 국가대표 선수 개인의 선택이 배제된 채 협회의 결정에 의해 사용을 강제한다면 단체 권한의 남용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후원계약과 관련한 스포츠마케팅 실무를 잘 몰랐거나 후원사 유치에 따른 재정적 지원 효과에 너무 욕심이 커 결과적으로 후원사에게 지나친 특혜를 준 것이고 국가대표 선수에겐 지나친 부담을 준 것이다. 만약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 경기에서 패배한 이유로 라켓의 문제점을 든다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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