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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우물을 막을지언정 침을 뱉지는 말아야
2016-02-11 12:53:06 2016-02-11 12:53:44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됐다. 정부가 '폐쇄'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단전·단수 조치 등을 단행할 예정이고 북한 '핵 우려 해소'를 공단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현 정부 임기 하에선 재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년 동안 개성공단은 남북 정세에 따라 많은 부침을 겪었다. 북한이 주로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았고 우리 정부도 경우에 따라 인력 최소화 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존폐 자체가 위협을 겪은 적은 드물었다. 2013년 북측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다가 재개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와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정치적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지속성 보장이 개성공단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믿음을 남북이 공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합의는 결국 무산됐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가 첫삽을 뜨고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공을 들인 것은 이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여부를 줄기차게 주장했었다. 이 부분이 회색 지대로 남은 채 한·미 FTA 협상이 체결됐지만 이명박 정부도 노력했고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를 포함시키는 쪽으로 한·미 FTA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회가 빨리 비준을 안 해줘서 우리 기업들이 하루에 40억원씩 손해를 본다"며 처리를 재촉하던 한·중 FTA 경우에도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 원산지 지위 부여가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다. 
 
정부는 한·중 FTA 발효 즉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310개 품목에 대해 특혜 관세의 혜택을 받도록 합의했고 비원산지재료 가치에 개성공단 임금을 제외해 여타 FTA 규정보다 유리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해 앞으로 북한 내 역외가공지역이 추가 설치될 가능성에 대비하기로 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한·EU FTA (267개 품목에 대해 한국산 지위 부여), 한·아세안(ASEAN) FTA(100개 품목에 부여) 협상 과정에서도 유지된 우리 정부의 주요한 전략 중 하나는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원산지 인정 폭 확대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관료들은 개성공단이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상징적,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점을 상대국에게 설명시키려 애썼다. 개성공단의 유지, 확대가 한반도 긴장을 감소시키는 안전판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웅변했었다. 그리고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북한 지도부의 체제 유지 비용이 아니라 자본주의 학습 비용이라는 점을 설득했었다.
 
그런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지난해 1320억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라는 우물을 일단 막아놓은 것을 넘어 그 우물이 오염된 독극물이라고 전 세계에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고 묻고 싶은데,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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