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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좋아해줘', 유쾌하고 설레는 여섯 남녀의 치열한 사랑
2016-02-11 11:27:26 2016-02-11 11:28:0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가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다. 배우 이미연·유아인, 김주혁·최지우, 강하늘·이솜이 출연하는 신작 '좋아해줘'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공감과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공존하는 세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SNS가 여섯 남녀의 사랑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맨스물과 차이점이 있다.
 
영화 '좋아해줘' 이미연·유아인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첫 번째 커플인 조경아(이미연 분)와 노진우(유아인 분)는 각각 독한 성격 탓에 많은 배우들이 기피하는 실력파 드라마 작가와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한류스타다. 무명배우 진우를 키운 데 절반 이상은 경아의 공이다. 진우는 경아의 드라마 덕에 한류스타가 됐다.
 
두 사람은 진우가 군대에 다녀오기 3년 전 하룻밤을 보낸 사이이기도 하다. 3년이 지난 뒤 만난 두 사람은 자존심을 세우며 서로를 향해 으르렁댄다. 하룻밤이 서로의 관계에 있어 '독'으로 작용한 듯하다. 서로에게 반감이 쌓여가던 중 진우는 경아에게 아이가 생긴 것을 확인한다. 경아는 미혼이었고, 그 사이 결혼도 하지 않았다. 진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아이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리고 아이의 정체를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는 세 커플 중 판타지가 가장 강하다. 상상력을 십분 발휘한 신선한 설정 아래 치열하게 싸우는 두 사람이지만 감정선은 어디선가 본 듯해 쉽게 공감이 간다.
 
영화 '좋아해줘' 김주혁·최지우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커플인 함주란(최지우 분)과 정성찬(김주혁 분)은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다. 주란은 스튜어디스, 성찬은 동네의 작은 음식점의 요리사이자 사장이다. 결혼을 앞둔 성찬은 신혼집으로 주란의 집을 택한다. 계약을 위해 만난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에게 불쾌감을 느낀다.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이 두 번째 만남을 갖기 전 각자에게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신혼집을 마련한 성찬은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고, 주란은 수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수억원을 사기당한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확인한다. 오지랖이 넓은 성찬은 큰 돈을 잃은 주란이 새로 이사한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안쓰러운 마음에 동거를 제안한다. 주란은 장고 끝에 동거를 수용한다. 이후 두 사람은 첫 만남의 불쾌감을 완전히 잊고 서로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친구로 발전한다.
 
성찬과 주란의 이야기는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유쾌하다. 이 분야만큼은 송강호나 최민식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주혁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그 옆에서 웃고 우는 최지우는 무척 사랑스럽고 예쁘다. 비록 동거의 과정은 현실성과 거리가 있으나,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두 사람의 감정은 리얼리티하다.
 
영화 '좋아해줘' 강하늘·이솜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세 번째 커플인 장나연(이솜 분)과 이수호(강하늘 분)는 성찬의 음식점에서 처음 만난다. 나연은 단골손님이고 수호는 성찬의 오랜 친구다. 나연은 조 작가 새 드라마의 제작PD이며, 수호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입모양을 보고 말을 하는 방법을 교육받은 천재작곡가다.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에게 빠져든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수호의 고민도 깊어진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애를 설명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장애 때문에 나연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던 중 나연은 우연한 계기로 수호의 장애를 알게 된다. 나연은 "괜찮다"며 수호를 위로하지만, 정작 수호는 자신의 장애를 나연이 알아챈 것이 창피하다. 그리고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다.
 
나연과 수호의 에피소드는 첫 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을 전달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완전히 솔직하지 못한 두 사람의 심리가 충분히 납득되게끔 전개된다. 예상대로 강하늘은 여심을 흔들고, 이솜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영화는 특색이 뚜렷한 세 커플의 분량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나눈다. 한 커플의 이야기가 길어질 만하면 다른 커플이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박현진 감독의 고심이 느껴지는 편집 덕에 늘어지는 느낌이 없다. 영화 '6년째 연애중'으로 재능을 입증한 박 감독의 능력은 8년 사이 더욱 견고해진 듯하다. 6명의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유감없이 소화해낸다. 유독 튀는 이도 없고 모자란 이도 없이 모두 출중히 캐릭터를 살려낸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의 설렘을 겨냥한 듯 오는 2월 18일 개봉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안 볼 이유가 없는' 영화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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