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통계 쏙 경제)무의미한 대학 졸업장…취업 안되고 대우도 못 받아
대졸 취업자 10명 가운데 2명 '하향 취업' 선택…취업 후 이직하지만 개선 여지는 안보여
2016-02-06 07:45:25 2016-02-06 07:45:42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직장인.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일명 '취준생'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취업의 문턱은 너무나 높고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한 이들은 하향취업을 선택한다. 대학 졸업장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육 과잉이 불러온 학력 과잉 시대의 씁쓸한 모습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용직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자 인플레이션이 가져온 웃지 못할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제6회 코스닥 코넥스 상장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가 한 업체와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고학력자 비율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20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25세에서 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8%로 34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고졸 10명 가운데 7명이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2위인 캐나다도 58%에 불과하고 미국 46%, 일본 37%, 독일 28% 등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고학력 청년들이 양산된 이유는 부모세대들의 낮은 교육 수준과 대학 정원 급증에 있다. 한국 55세부터 64세까지 장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17% OECD 평균인 25%를 밑도는 수준이다. 자식들만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세대의 교육열은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대학이 대거 설립되자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야 한다'로 이어졌다.
 
1990년 4년제 대학은 107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두배 가까이 늘어난 189개로 급증했다. 문제는 급증한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 졸업자 79만명이 초과 공급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4년제 대학 졸업자는 302만1000명이지만 인력 수요는 269만9000명, 전문대는 172만6000명명이 졸업하지만 수요는 125만5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워 질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또 많은 대졸자들은 이른바 '하향취업'으로 눈을 돌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졸업생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졸 취업자의 과잉교육자 비율'은 21.4%에 달한다. 과잉교육이란 말 그대로 '일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지만 일자리의 수준이 교육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대졸 취업자의 과잉교육자 비율.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스스로 하향취업이라고 응답한 취업자들은 임금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교육 상태라고 인정한 취업자들의 평균 임금은 187만원으로 과잉교육 상태가 아니라고 답한 취업자들의 210만원의 89%에 불과했다. 결국 하향취업은 일에 대한 성취도와 임금 모든 면에서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이러한 과잉교육으로 인한 하향취업은 전문대보다 4년제 대학, 지방대학보다는 수도권 소재 대학,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난다"며 "전공별로 분석해보면 인문계열 졸업생의 과잉교육 비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과잉교육 현상은 노동시장 진입, 즉 취업을 하고 난 뒤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 연구원은 "직장 탐색과 직장 이동 과정을 통해 과잉교육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직이라는 수단을 통해 과잉교육의 비율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15% 이상은 과잉교육 상태에 있어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