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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국 전자상거래 급성장의 위협
2015-12-02 06:00:00 2015-12-02 06:00:00
11월 11일은 우리에게는 빼빼로 데이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이다. 독신자들이 혼자 있지 말고 물건을 사며 외로움을 달래라며 중국 상인들이 할인 판매를 한 상술로 시작된 날인데, 2009년 이후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할인을 하면서 매년 온라인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는 11일 당일에만 매출이 16조5000억원에 달하고, 이 쇼핑 행사에 180여 개 나라가 참여한 것으로 보도됐다. 광군제가 세계 최대의 쇼핑 이벤트로 떠오를 정도로 중국 전자상거래의 성장이 심상치 않다.
 
이런 광군제 이벤트는 국내 업체들에게 분명 기회이다. 올해 광군제에서 이랜드 차이나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종합쇼핑몰 ‘티몰’에서 3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품절이 날 정도로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전세계 온라인 소비자들과 전자상거래 공급자들이 열광하는 광군제는 우리에게 한없는 기회이기만 한 것일까?
 
제조, 전자, 게임 등 많은 산업에서 중국이 저력을 보여주었듯이,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유통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오픈마켓을 이용하여 해외 온라인 쇼핑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 지원도 되고 화질 좋은 사진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다.
 
게다가 판매자들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우체국을 통한 항공우편으로 물건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발송한다. 물론 아직은 번역기를 돌려 통역이 제한되고, ‘짝퉁’ 물건도 많으며, 배송이 지연되기도 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큰 거래 물량을 기반으로 금세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무엇보다 저렴한 물건 값이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 온라인 상거래의 상당 수가 중국산 제품을 도매로 들여와서 소매로 판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판매는 온라인 판매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낮은 판매수수료 율도 물건 값이 저렴해지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오픈마켓이 10 ~ 15% 판매 수수료를 받는 데에 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5%를 받고 있다. 이는 수많은 판매자들과 물건들을 등록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데다 키워드 광고 등 마케팅 매출 때문에 낮은 수수료 정책을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보다 구매절차 또한 편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3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직접 액티브 엑스에 기반한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도록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프로그램 설치를 해야 하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 가능한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미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에 비해도 손색없이 편리한 쇼핑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로 로그인이 가능하여 회원 가입 절차도 간소하고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물류 부분 역시 규모를 활용하여 앞서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물류계열사 차이냐오는 중국 내 일부 소비자들을 위해 2시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특별 배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알리바바는 DHL, 페덱스 등을 포함한 약 50여 개의 글로벌 물류사와 제휴를 맺어 글로벌 물류망을 확대 중이다. 오히려 이런 중국 전자상거래의 글로벌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사들 간의 인수, 합병 이슈가 부각될 정도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국 내 ‘48시간 이내’ 배송을 일상화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소셜커머스 회사가 얼마 전 자사의 직원과 차량으로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하겠다고 하니 기존 운송업계가 반발하며 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고발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게임산업에서 정부 규제로 말미암아 산업전체가 위축된 전례를 답습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디지털 싱글 마켓 조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3국 간 실무협의 채널 조성, 정보 공유, 공동 연구 진행 등과 같은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와 정치적 이견을 배제하고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반갑게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인터넷 플러스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을 기회만으로 바라보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10여 년 전 어느 기업인의 이야기처럼 '샌드위치 위기론'이 현실화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 지 생각해 볼 때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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