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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용 상품권 장기 은닉 경찰관 징계시 상훈감경 안 한 것은 위법"
대법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횡령·유용 외에는 상훈감경해야"
2015-11-30 06:00:00 2015-11-30 06:00:00
운영비를 관리하는 경찰관이 포상용 주유상품권을 임의로 매입해 19개월간 사무실 개인 책상서랍에 두었더라도 횡령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상훈감경을 하지 않은 징계처분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직무태만 등의 비위로 정직 처분을 당한 경사 김모(51)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심리를 다시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원심이 주유상품권을 공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주유상품권을 불법영득의사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원고의 비위행위를 공금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따르면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가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거나 경감이하의 경찰공무원의 경우에는 경찰청장 또는 중앙행정기관 차관급 이상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는 상훈감경을 두면서 위반행위가 ‘직무에 관해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횡령·유용인 경우’에는 이를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그렇다면 원고에게 인정된 비위행위가 상훈감경 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원고의 공적 사항을 징계양정에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징계절차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 역시 원고의 비위행위를 공금횡령이 아닌 지연처리?보고로 인한 직무유기 또는 직무태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 이상, 공적사항을 징계양정에 고려하지 않고 결정된 정직처분은 결과적으로 적정한지와 상관없이 징계절차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정직처분을 수긍한 원심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운영비 관리를 담당하던 중 2010년 11월 중요범인검거 유공자 포상시 부상명목으로 지급하는 주유상품권 1만원권 500장을 임의로 구매한 뒤 19개월간 사무실 개인 책상서랍에 보관하다가 사무감사에서 적발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징계위원회는 주유상품권은 부상명목으로 구매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구매해야함에도 김씨가 임의로 매입한 점, 사용처인 인사계로 넘기지 않고 사적 공간인 개인 책상에 장기간 은닉한 점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에 징계부가금 500만원을 결정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의 행위를 공금횡령으로 보고 징계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공금횡령은 아니라면서도 그에 준하는 비위로 보인다며 징계부가금 500만원 결정을 취소하고 정직 1개월 처분을 유지했다.
 
2심은 또 김씨가 국무총리로부터 모범공무원으로 인정된 공적이 있고 경찰청장 등으로부터 수차례 표창을 받은 상훈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징계양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상훈감경은 임의적 감경사유이므로 상훈공적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반드시 징계를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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