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문·안·박 연대' 거부한 안철수…'당권 도전' 승부수
10여일 침묵 끝에 '혁신전당대회' 제안…문 "안타깝다" 박 "중간에서 노력"
"천정배 신당과 통합" 주장도…찬반 나뉜 새정치연합 '후폭풍'
2015-11-29 15:59:55 2015-11-29 15:59:55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임시지도체제'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선택은 거부, 그리고 '혁신전당대회'라는 역제안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안타까움을 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간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고, 화합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며 "야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전대로 새로 거듭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문·안·박 세 사람이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하는 임시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치르자"는 문 대표의 손길을 뿌리친 셈이다. 지난 18일 문 대표 제안 이후 10여일간의 침묵 끝에 나온 답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혁신전대만이 당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안"이라고 했다. 혁신과 집권에 대한 생각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전 공동대표는 그래야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가 정통성을 부여받고, 총선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이 문 대표에게도 리더십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라고도 덧붙였다. 내년 4월인 총선까지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총선 직전인 2012년 1월에도 전당대회가 치러졌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다시 당권에 도전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문 대표를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혁신안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옳다. 나도 (혁신전대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나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 세력은 더더욱 없다"며 "나에게는 굉장히 큰 시련이 될 수도 있지만, 당의 혁신에 밀알이 된다면 언제든지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과도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지도부가 혁신을 실천하면서 야권 인사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제안한다면 당 밖의 많은 분들의 결단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집단지도체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다. 혁신전대를 준비하며 지도체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문·안·박' 제안을 거부당한 문 대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평화 시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안·박 연대는) 내가 개인적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에 꼭 필요한 혁신과 단합을 이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당내에서 많은 분들이 요구해서 받아들인 것인데, 성사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날 비공식 회동을 가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 대표는 "당의 단합과 함께 천정배 신당추진위원회 등과 연대를 이뤄 박근혜 정권의 독재·독주·독선을 막아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에 대해선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의견을 더 듣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 미칠 후폭풍도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이 제안을 주고받은 10여일 동안 새정치연합은 이미 '문·안·박' 연대를 놓고 찬반으로 나뉜 상태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시도지사 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다르지만, 통합과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선 두 사람이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전대 제안에 대해 "문 대표가 결단할 사안"이라며 "두 사람이 절박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노력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표의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