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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위기감에 더욱 싸늘했던 현대로템 창원공장
2015-11-29 10:40:12 2015-11-29 10:40:12
[창원=뉴스토마토 강진웅기자] 공장 곳곳에서 용접소리가 들리고, 각종 부품과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전무)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높았지만, 부정적인 향후 전망 때문이다.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에 위치한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총 면적 62만9890㎡의 넓은 부지는 철도차량 제작공장과 전차와 무인로봇 등을 만드는 중기사업공장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취재진에게 공개한 곳은 철도차량 제작공장이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의 철도 차량 제작 공장 내부 모습. 사진/ 현대로템 제공
 
철도차량은 차체제작, 도장 및 의장(조립), 시험운행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창원공장에는 시험운행을 위해 3.1km 길이의 선로도 놓여있다.
 
철도차량 제작의 첫 번째 단계인 차체공장에 들어서니 사이드와 언더프레임, 루프 프레임 등 필요한 자재들이 쌓여있었다. 김미정 현대로템 창원공장 대리는 “차체공장은 차량의 뼈대를 만드는 곳으로 제일 중요한 시설”이라면서 “구조물을 협력업체에서 제작한 뒤 이를 가져와 차체를 완성시키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창원공장에서는 서울지하철 9호선 신규 전동차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투입될 원강선 고속열차를 비롯해 수서고속철도 차량, 브라질, 인도, 홍콩 등에 납품될 차량이 제작 중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투입될 전동차를 제작 중인 모습. 사진/ 강진웅 기자
 
철도차량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컨베이어 벨트 등의 시설로 만들 수 없어 다양한 차량이 동시에 제작되는 혼류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현교 공장장은 “철도 차량 제작은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 생산 업종이라 똑같은 전동차는 거의 없다”며 “나라와 철도 종류에 따라 규격과 요구하는 디자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체 프레임 용접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하고 있었다. 김미정 대리는 “전동차 한량 길이가 30m가 넘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도 균일한 품질을 보증할 수 없어 로봇이 레이저 용접을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뼈대를 갖춘 차량들은 이후 조립공장에서 각종 수작업이 진행된다. 창문과 출입문, 각종 케이블 및 배관 등의 설비를 장착하는 것은 로봇보다는 숙련자의 세밀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듈화 방식이 채택됐다. 각 부문의 전문 협력업체들이 개별 단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된 부품을 만들면 이를 창원공장에 갖고 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조립과 도장이 완료된 차량들은 창원공장을 둘러싼 3.1km의 철로를 수없이 달리며 성능을 시험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앞으로 2년 뒤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해외수주가 급감해 향후 일감이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매출은 1조7000억원이었으나 이 중 해외수주는 6000억원에 그쳤다.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해외수주가 정점을 찍은 뒤 3년 만에 65%가 줄었다. 자국 업체 보호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과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업체에 계속 밀리며 상황이 악화됐다.
 
철도차량 제작이 3년 정도 걸려 지난해와 올해의 수주 부진은 향후 2~3년 뒤 실적에 영향을 준다. 현대로템은 2017년 말에는 공장가동이 20%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 중이다.
 
현대로템은 완전경쟁시장인 국내 철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철도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장현교 공장장은 “현행 최저가 입찰제 대신 차량 가격과 연구개발, 차량 유지보수 및 품질 등을 골고루 평가하는 종합평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철도 부문 공장 내부 전경. 사진/ 현대로템
 
창원=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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