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3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시장은 회의에서 ECB가 실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지, 내놓는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전망기사를 통해 ECB가 추가 양적완화(QE)와 함께 현재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등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FT는 그 근거로 부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들었다. 최근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CPI는 연율 기준 0.3~0.8%선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0.6~0.3%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CPI가 연율 기준 -0.6%로 최저치를 찍었으며 최근 6개월 동안에도 -0.1~0.2%사이를 유지해왔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향후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9일에 발표된 ECB의 10월 의사록에는 현재 부양책 조치가 물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치 않아 앞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ECB위원들의 진단이 실렸다.
최근 유로존의 GDP 성장률 역시 부진하다. 유로존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폭스바겐 사태 여파로 전망치였던 0.4% 증가를 밑돌았다. 여기에 파리의 테러에 따른 실물 경제 타격으로 4분기 유로존 경제 회복 전망마저 한층 더 어두워진 상태다.
FT는 “저유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물가가 ECB의 목표치 2%에 한참 못 미치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마저 낮은 상황”이라며 “ECB는 추가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ECB 입장에서는 추가 완화에 따른 리스크보다 실행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ECB가 내놓을 부양책 방식에 저마다 다른 예측을 내놓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10월 회의록과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인터뷰를 종합해봤을 때 자산매입프로그램(APP)과 현 -0.2%인 예금금리의 10bp(0.1%) 인하가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더 나아가 예금금리의 20bp(0.2%)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입자산 규모도 기존 월간 600억유로에서 900억유로로 확대될 수 있으며 매입 기간도 2017년 3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매입대상도 국채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른 자산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ECB의 추가 부양책이 의외로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유로존 19개국의 상황이 달라 추가 부양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유럽은행위원회에 참석해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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