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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통시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이각규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장
2015-11-30 11:02:50 2015-11-30 11:02:50
예로부터 전통시장은 우리네 생활 속 깊숙하게 자리잡아온 공간이었다. 조상들은 시장에서 만나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를 향유했다. 오늘날 전통시장은 이러한 덕목을 고스란히 계승해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종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지정된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청년들이 기획하고 설계한 전주남부시장의 청년몰은 그 자체로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방문해야할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우리 전통시장처럼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사람이 모여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국에 촘촘하게 자리잡은 73개의 골목형시장, 주요 지역을 거점으로 한 6개의 글로벌명품시장, 81개의 문화관광형시장은 이 같은 에너지를 고유의 특색으로 발전시킨 가장 명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여수엑스포 일원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박람회는 명확한 특색을 가진 전통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처럼 폭발적인 에너지와 고유의 특색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첫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전통시장의 발전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관점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낙후된 공중화장실과 부족한 주차장 수용 공간의 문제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지평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자녀와 친구들이 전통시장에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전통시장은 재화를 거래하는 장소를 넘어서 종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여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둘째, 전통시장이 다양한 사회 계층의 기대를 연결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 현재 지역별 전통시장은 다양한 지역축제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발전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2015 화순 도심 속 국화축제'는 화순전통시장·야시장·먹거리장과 연계해 방문객 10만명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북 고창에서 열린 미당문학제는 고창풍물시장과 함께 축제의 외연을 넓혔으며, 전주남부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도 각각 가을축제, 제주 올레코스와 연계해 다양한 성공 사례를 창출했다. 전통시장과 지역축제·문화콘텐츠가 결합했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가장 명확한 사례였다.
 
셋째, 전통시장이 축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전통시장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연결하는 통로며, 축제를 주도하는 장이 돼야 한다. 전통시장이 갖고있는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한다. 홍성전통시장은 지난 16일 '어우렁더우렁 함께하는 광경동마을'이라는 주제로 제8회 홍성장터난장축제를 마련해 전통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했다. 거대한 자본과 협찬이 없어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민을 연결하는 '축제'를 기획한 아주 모범적인 사례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이 유통되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가 오가고 문화를 창출하는 커뮤니티의 장(場)이었다. 이 같은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관광을 시장에 접목하는 시도가 오랜기간 이어져왔다.
 
어느덧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인식 변화와 삶의 연결 고리가 됐던 전통시장이 점차적으로 축제의 한 가운데에서 부각되고 있다. 흔히 '풀뿌리'로 묘사되는 지역 단위에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낙후되고 볼품없는 공간으로 치부됐던 전통시장이 고유의 특색과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가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각규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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