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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쏙 경제)책 안 사는 대한민국
지난해 서적구입비 15년 만에 최저…한 달에 1권도 안 사
2015-11-27 01:03:45 2015-11-27 01:03:45
'당신은 1년에 몇 권의 서적을 구입하고 있습니까?'
 
대한민국 사회가 책과 멀어지고 있다. 최근 정책 효과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책 판매량은 여전히 부진하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2인 이상 가구에서 월 평균 책 구매량은 1권도 채 미치지 못했다.
 
특히나 지난 21일은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구간, 실용서, 참고서 등 모든 도서의 할인율은 15%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1년이 지난 오늘, 책 값이 내려가도 책을 안 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진=뉴시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서적 구입 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만8154원에 그쳤다. 이는 가계동향조사 대상을 전국 가구로 확대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던 2013년 1만8690원보다도 2.9% 줄어든 수치다.
 
2003년 이전에도 통계를 작성했던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으로는 지난해 월평균 서적 구입비가 1만8247원으로 집계됐다. 1999년 1만8181원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다.
 
도서의 평균 정가가 1만8648~1만9456원임을 감안하면 가구가 한 달에 책 한 권도 구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2003년 2만6346원에서 2004년 2만1325원으로 급락한 이후 줄곧 2만~2만2000원대를 오르내렸다. 이후 2012년 1만9026원을 기록하며 급기야 2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2013년과 지난해에도 감소세는 이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소매 판매 및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를 보면 '서적 및 문구' 소매판매액은 4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4600억원) 대비 6.6%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판매량이다. 온라인 소매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9월보다 18.3% 늘어났는데, 음식료(48.0%)·화장품(19.5%)·신발 및 가방(19.4%)·의복(16.2%) 등은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전체 온라인 소매판매를 이끌었다.
 
하지만 '서적 및 문구'는 15.7% 감소했다. 온라인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은 '서적 및 문구'가 유일하다. '서적 및 문구' 전체 소매판매량의 28%가 온라인 매출액인데, 온라인에서조차도 책을 사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책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우선 경기침체 영향을 들 수 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나가는 지출은 많아 책 사는 것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직장인 이모씨(29·여)는 "몇 년째 월급은 제자리인데 빠져나가는 돈은 많다"면서 "기본적으로 책을 읽을 여유도 없지만 책 사는 돈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디지털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스마트폰, 태플릿PC 등 나날이 발전하는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종이책보다는 디지털 전자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독서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종이책 수요마저 전자 책으로 옮겨가고 있어 서적 구입 지출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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