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36년에 달하는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미 해양대기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중 8개달이 평균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환경'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년간 자연재해로 6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410만명이 자연재해로 부상을 입고 집을 잃거나 긴급구호가 필요한 상태에 놓였다. 집계 가능한 경제전 손실은 19억달러였지만, 실제 손실은 2500억~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낸 자연재해 10건 중 9건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었다.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구의 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5년 뒤 극빈층이 1억명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 국방성은 2050년경 20억명의 인구가 기후난민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기후환경회의가 열린지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가 늘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년간 60만명이 자연재해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자료사진/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IRIN)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린다. 지구온난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회의지만 이번 파리총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남다르다. 18년만에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제정된 교토의정서는 국가별로 온실가스배출량 감축 목표를 차등 설정했으나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이 잇따라 탈퇴하고 현재 세계 온실가스배출량 1·3위인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의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반쪽짜리 협약으로 전락했다. 지난 2009년 덴마크에서 열린 제15차 코펜하겐총회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당사국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100년까지의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데 그쳤다.
◇전 세계 155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UN은 "이번 총회를 저탄소·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파리 총회의 핵심은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에 있다.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55개국이 INDC 제출을 완료했다. 미국은 오는 2025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유럽연합(EU)은 35% 줄이기로 했으며 일본은 2030년까지 26%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추세 대비 37% 줄이겠다는 감축안을 제출했다. 중국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 대신 2030년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INDC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참여하는 자율 감축체제다. 과거 교토의정서의 구멍이었던 개도국이 모두 포함돼 협약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자체적인 감축계획과 함께 금융원조를 받았을 때 가능한 감축계획까지 두가지 버전의 목표를 제시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1000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계획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제로 인지하기 시작했으며 태양력 및 풍력발전의 단가도 석탄발전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해졌다"며 "금융위기 이후 신성장동력인 저탄소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미국·중국·인도'…온실가스 감축 '적극적'
특히 세계 온실가스 배출 3대 국가인 미국·중국·일본의 변화가 돋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82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전체 배출량의 26%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이 50억7400만톤(16%), 유럽연합(EU)가 35억400만톤(11.04%), 인도가 19억5400만톤(6.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동안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심스럽지만 기대를 걸어볼만하다는 분위기다.
프랑스 파리 인근 쓰레기소각장의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13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각각 '기후행동계획'과 '국가기후변화대응전략'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기후행동계획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최대 28% 감축을 비롯해 2030년까지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로 줄이기로 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CPP), 5톤 이상 대형차량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가전제품에 대한 신에너지규준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24개주와 탄광회사 등은 CPP에 대한 반대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30년을 정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지만 가능하다면 정점이 오는 시기를 2025년경으로 앞당길 방침이다. 비화석에너지 발전 비율을 전체의 20%로 확대하고 삼림 조성 규모를 2005년 대비 45억입방미터(㎥) 늘리겠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탄소세 도입도 고려중이다. 호주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GDP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안보 위험이 높아지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악성 스모그 등 극심한 환경오염 때문에 막대한 비용에도 중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6년전 코펜하겐 협정에서 법적 구속력을 설정하는 데 반기를 들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라며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 자리로 옮겨가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U를 제외하면 세계 3위 탄소배출국인 인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33~35%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전력의 40%를 비화석연료로 생산하기로 했으며 25억~3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삼림지대를 추가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중국보다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인도 경제가 중국보다 13년 정도 뒤처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막대한 투자비용 조달은 숙제로 남아있다. 인도가 저탄소경제로 전화하기 위해서는 약 834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데 현 인도의 경제수준으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적 구속력 확보·장기계획 등은 불투명
하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절대적인 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UN의 추산에 따르면 155개국이 INDC를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7도나 상승하게 된다. 현재까지 제출된 INDC만으로는 코펜하겐총회에서 목표로 설정한 2도 이하의 기온상승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기준 400억톤 이하로 줄어야 하지만 현 INDC 기준으로는 550억~600억톤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인터랙티브와 MIT시스템다이내믹그룹은 기온이 2도 이하로 상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2025년을 정점으로 매년 온실가스를 3.5~4%씩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약의 법적 구속력도 장담하기 힘들다. EU를 비롯해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군소 국가들은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개도국 등은 반대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번 협약이 교토의정서처럼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구속력 있는 합의가 아니라면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30년 이후의 장기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유엔은 가능하면 이번 회의에서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2020년 이후의 개도국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 수준을 과거로 역행할 수 없도록 하는 '래칫조항' 삽입 문제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문제 등의 논의될 전망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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