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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지영 알로하아이디어스 대표 "레코드북 '담뿍이'로 부모 사랑 전하세요"
다문화가정 한국어 교육위해 개발…일반 가족에게도 많은 호응
2015-11-27 06:00:00 2015-11-30 15:45:48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가정마다 담뿍이에 담긴 목소리와 정서는 다 다를거에요. 그게 담뿍이의 매력입니다. 담뿍이를 통해 가족이 아이를 위해 쏟은 노력과 정성, 추억을 쌓을 수 있어요."
 
책에 기기를 대면 책 읽어주는 목소리가 재생되는 레코드북인 '담뿍이'를 개발한 알로하아이디어스 김지영 대표는 "엄마아빠 목소리로 녹음된 동화책의 효과를 아직 단정지어 말할수 는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담뿍이를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녹아드는 사랑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김 대표는 한국어가 서툴러 책을 읽어줄 수 없는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교육과 정서 함양을 위해 담뿍이를 개발하게 됐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뿐 아니라 가족의 목소리를 담아 아이에게 전달하는 기기로,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화책 '담뿍이'
 
알로하아이디어스의 '담뿍이'
 
 
김 대표는 십여년 넘게 교육관련 대기업에서 일했다. 혁신제품 개발부서에 몸 담으면서 국내 매출만 400억원이 넘는 스토리빔이라는 '히트제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고가의 제품이 아니라 소외계층도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퇴사 후 '알로하아이디어스'를 세웠다.
 
지난 2013년 소셜벤처 경연대회 글로벌 부문 우수상을,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알로하아이디어스' 법인을 설립한 것은 지난해다. 올해 1월 담뿍이를 출시했고 지금까지 2000대 정도를 판매했다. 온라인샵과 인천공항 면세점, 행복한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조업 기반으로, 금형은 시흥에서, 사출은 부천에서, 조립은 수원에서 공장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알로하는 '안녕, 잘 지내' 를 뜻하는 하와이 언어다. 김 대표는 "하와이 휴가를 떠났을때, 동네 주민이 버스기사와 버스 승객들에게 파이를 나누어주는 광경을 목격했는데, 누구도 버스 출발을 재촉하거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평화로웠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밑바탕으로 소통하는 하와이안들의 모습에서 이름을 따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로하아이디어스 김지영 대표. 사진/알로하아이디어스.
김 대표는 평소 생활에서 개선이 될만한 것들과 상품 아이디어 등에 관해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이 바로 담뿍이다. 문과 출신으로 신기술을 융합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곳 저곳 찾아다니고 기술화와 상용화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재미를 느꼈다. '스토리빔'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재미와 보람이 다시금 담뿍이를 제조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담뿍이는 엄마아빠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신개념의 동화리더기다. 담뿍이는 '담다'와 책을 의미하는 '북(BOOK)'을 합친 말로, 마음과 책을 담는 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가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때마다 '담뿍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퇴근이 늦거나 ,사정상 부모 및 조부모와 떨어져있는 영유아들에게 유용하다. 태교제품으로도 인기가 좋다는 설명이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데는 대단한 정성과 사랑이 들어갑니다.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는 없을 겁니다."
 
영유아는 책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말하는 화자의 감정을 통해 자극을 수용한다. 김 대표는 "낯선 성우의 목소리보다 엄마아빠의 목소리로 녹음된 동화책 내용을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매직스티커를 기기의 센서에 터치하고 담뿍이 옆면의 녹음버튼을 누른 후 동화책을 읽어 녹음한다. 매직스티커는 해당 동화책에 붙여놓는다. 경우에 따라 '엄마버전', '아빠버전', '할머니버전' 등으로 읽어주는 사람을 달리해 녹음하고 표시해둘 수 있다.
 
동화책에 부착된 매직스티커를 기기의 센서에 읽혀주면 동화를 들을 수 있다. 담뿍이 패키지는 본체와 매직스티커 101장, USB케이블과 테스트카드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직스티커는 별도로 구매 가능하다. 스티커만 모아두는 방식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활용할 수 있다.
 
◇담뿍이 통해 한국 및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 증진
 
배우 안석환씨가 알로하아이디어스의 '보이스버킷챌린지' 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알로하아이디어스.
 
알로하아이디어스는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쉽지 않다. 김 대표는 이주여성인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동화책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보이스 버킷 챌린지를 시작했다.
 
목소리 재능기부자들은 어린시절 감동깊게 읽었던 동화책을 선정해 직접 스튜디오에서 녹음한다. 완성된 이야기는 담뿍이에 담겨 다문화 가정에 전달된다. 지금까지 배우 안석환, 아나운서 김현욱·정연주, 성우 유준호·이상헌·김용준 등이 참여했다.
 
주로 다문화센터에서 추천을 받아 저소득 가정 위주로 담뿍이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엄마가 한국어에 자신없어 해 동화책을 읽어줄 엄두를 못 내더라"며 "엄마로부터 언어를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문화가정의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면 사고력과 어휘력이 떨어져, 종합적으로 학습능력이 저하되고 만다"고 우려했다.
 
다문화가정에 담뿍이를 보급한 결과,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와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해 언어발달이 느렸던 아이들이 발음이 분명해졌다. 단답형 문장이나 단어를 사용하던 아동이 문장을 말하게 되는 등 대부분의 어린이들의 언어구사능력이 향상됐다. 동화책에 한국 문화가 묻어 있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 이해도도 높아졌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육아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담뿍이를 만들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용도로도 담뿍이가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독거노인을 위해 책을 읽어주기 위해 담뿍이를 이용하는가 하면 일반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 9월 제품을 구입하고 직접 녹음해서 다문화가정에 보급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이 동화책 녹음에 참여하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담뿍이를 저소득다문화가정에 전달했다.
 
김 대표는 "일반 기업이 다문화센터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한번 보급한 담뿍이를 업데이트하는 식의 지속적인 활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목소리가 소중하게 전달될 수 있는 목소리 기부 활동이 기업 CSR활동 등으로 선순환 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화책에 스티커를 붙이고, 기기에 태그하면 목소리가 녹음된다. 사진/알로하아이디어스.
 
담뿍이를 세상에 내놓기 까지 김 대표는 여러 고비를 넘겼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성사업가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차별이었다. 담뿍이는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디바이스로, 개발과 금형, 사출, 조립 과정이 필요하다. 남성들의 영역으로 굳어져버린 '제조업'을 통해 제품이 탄생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원하는 모양이나 그림을 이야기하면 '여자라 몰라서 그렇다, 원래 다 그런거'라며 얼버무리거나 대충 넘어가려는 식이 많았다"며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여성 사업가로서 남성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일하기가 녹록치 않다"고 한탄했다. 또 여자라는 이유로 우습게 보거나 얕보는 일이 많아 덩치가 큰 친구를 미팅 자리에 대동한 적도 있다.
 
알로하아이디어스는 올해 처음으로 담뿍이를 출시하고 이름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제품인 만큼 일단 제품을 많이 알리는 것이 숙제"라며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주로 블로그와 SNS를 통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활동을 꾸준히 전개할 생각이다. 서울산업진흥원을 통해 동남아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회를 돌며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있다. 이달에는 말레이시아 Senjasa와 NDA(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둘째 출산이 허용된 것도 알로하아이디어스에 기회가 될 것으로 김대표는 내다봤다. 유아동 인구가 동남아에서 가장 많다는 베트남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 대표는 훌륭한 회사보다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담뿍이 같은 사랑과 정을 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생활 속의 작은 불편함도 개선시키면서 특정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약자와 소외계층 등 전 세대와 계층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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