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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면세점?…지방 중소·중견 면세점은 '고사직전'
대기업 면세점 17곳이 매출 87% 차지, 중소 면세점 23곳은 고작 6%
2015-11-25 07:00:00 2015-11-25 07:00:00
국내 면세점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유통 재벌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지난해에만 8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21.6%의 고성장으로 경기 침체를 무색케 했다. 1999년 20개에 불과했던 면세점 수는 올해 44개로 크게 늘었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12%로 1위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류 열풍 속에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부터 관광객이 물밀 듯 들어오지만, 관문인 면세점은 고가의 해외 명품 진열장을 방불케 한다. 국산은 화장품과 담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고, 그마저도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수익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재벌 대기업에 편중되면서 지방의 중소·중견 면세점은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집단(공정거래법상)의 면세점 특허수는 17개로 전체 면세점 44곳 가운데 38.6%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반해, 매출액은 4조4346억원으로 86.9%의 절대적 비중을 보였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23개의 면세점에서 30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비율로는 5.9%다. 이마저도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실적이다. 나머지 4곳은 공기업이 운영하며 매출액은 3688억원(7.2%)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과 제주가 8개로 가장 많고, 서울이 6개의 시내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이어 부산·청주 각 3개, 대구·김해·김포 각 2개, 무안·양양·평택·군산·울산·창원·대전·수원 등에 각 1개의 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전국에 면세점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규모나 매출액, 수익 면에서는 서울 시내 면세점이 압도적이다.  
 
김탁용 대동면세점 이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면세점사업 공정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면세점 평균 영업이익률이 2~9% 수준이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대부분의 중소 면세점은 -10%에서 -30% 수준으로 흑자운영을 하는 곳이 없을 정도”라며 “중소 면세점은 점점 기회가 상실되고, 대기업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 면세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대기업과의 자본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가 첫 손에 꼽힌다. 여기에다 ▲지역 관광인프라 부족 ▲명품 브랜드의 지방 출점 자제 ▲적자운영에 따른 비용절감 추진으로 서비스와 마케팅 역량 저하도 지목됐다. 상품의 회전율이 저하되면서 재고만 쌓이고, 이는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한계로 이어졌다. 
 
반면 재벌 기업들은 목 좋은 자리에 대규모의 매장을 차리고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또 자본력을 앞세워 해외 명품 브랜드를 속속 론칭하는가 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가격협상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출발선 자체가 다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대기업 독과점 방지’와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면세점 특허를 내줬다. 특히 대기업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면세점 특허수의 30% 이상을 중소·중견 면세점에 의무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면세시장을 80% 이상 점유하는 독과점 운영이 지속되면서 중소·중견 면세점의 특허수 의무할당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소·중견 면세점 특허수가 증가해 30%의 비율을 맞추면 대기업 면세점도 덩달아 60%까지 비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 면세점 사업자들은 특허수가 아닌 매출 기준으로 현행 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마저도 올해 들어 대기업이 신규 및 기존 특허를 싹쓸이하다시피 해 재벌 독점구조는 한층 고착화됐다. 한 중소 면세점 사장은 "시장성도 없는 지방 면세점을 명목상 확대해 대기업 면세점 파이만 키우고 있다”면서 “면세점 유치전이 '쩐의 전쟁'이 되면서 중소기업들은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면세점 연합회는 ”대기업 면세점의 지방 입국 관광객에 대한 판촉 자제, 음성적인 리베이트 성격의 인두세 근절과 함께 지역 중소 면세점 연합체가 서울이나 인천·제주 등 주요 출국장 면세점에 입점해 체화재고를 소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특허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중소 면세점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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