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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그룹, 폭발적인 성장세···대통령 후광효과?
2010년 박근혜 대망론 직후부터 급성장…숱한 잡음에도 '건재'
2015-12-01 07:00:00 2015-12-01 07:00:00
대유그룹의 성장세가 간단치 않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거목 같던 대기업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한계기업에 이어 좀비기업마저 속출하고 있는 재계 사정과는 딴 판이다.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1955년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 딸 재옥씨와 한병기 전 의원 사이에 태어난 한유진씨의 남편이다. 유진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조카, 박 회장은 조카사위가 된다. 박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강홀딩스를 통해 대유에이텍을 비롯한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대유그룹 측은 박 회장과 박 대통령이 교류가 없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혈육관계인 점을 들어 무시못할 배경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유, 2010년 기점 급성장···'박근혜 대망론'과 무관?
 
◇대유위니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대유그룹은 자동차 시트를 제조하는 대유에이텍과 자동차 핸들과 내장재를 만드는 대유신소재, 자동차 알루미늄 휠을 생산하는 대유글로벌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대유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대유에이텍과 대유신소재가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여기에 2010년 동강레저를 설립하고 스마트저축은행까지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레저·금융 분야로까지 넓혔다. 지난해에는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를 품에 안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유그룹의 양 축인 대유에이텍과 대유신소재는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매출을 보면, 대유에이텍은 지난 2004년 101억5900만원에서 2014년 7374억5200만원으로, 10년 사이 무려 72.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유신소재 역시 654억1600만원에서 5017억3900만원으로 매출이 7.7배 뛰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대유에이텍은 2004년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10년 뒤에는 142억원의 수익을 내며 내실을 다졌다. 대유신소재 역시 2004년 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흑자회사로 돌아섰다.
 
특히 두 회사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망론이 피어 오르던 2010년 즈음에 실적이 가파르게 올랐다. 두 곳 모두 2010년을 기점으로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했고, 2009년 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유에이텍은 1년 뒤 117억원의 수익을 내며 단번에 흑자 전환했다.
 
자산규모가 더 큰 다른 자동차 부품사들과 비교해도 대유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2004년부터 10년간 현대모비스(지난해 자산 39조원)는 매출액이 5.6배, 현대위아는 4.1배, 한온시스템은 4.8배, LG화학은 3.3배, 현대 다이모스는 2.0배 오르는 데 그쳤다.
 
현재 대유에이텍은 기아차 광주·화성공장과 쌍용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대유신소재는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등에 물량을 공급 중이다. 대유에이텍은 2013년부터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들어가는 시트를 100%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유신소재의 시장점유율은 알루미늄 휠 18.2%, 스티어링 휠 43.2%에 이른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끊이지 않는 '논란'···주가 시세차익 챙겨 집행유예 선고 
 
대유그룹은 기존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는 동시에 박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서는 크고 작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여기도 잡음 투성이다.
 
대유신소재는 2010년 6월 창업상호저축은행(지금의 스마트저축은행)을 인수하지만 곧 불법 인수 의혹이 제기됐다. 2012년 7월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유신소재가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본연의 업종과는 180도 성격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했다며, 자금의 출처와 성격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금감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 이 문제는 의혹만을 남긴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고액의 골프 회원권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이 2011년 9월 인수한 경기도 포천 소재의 몽베르CC 회원권을 계열사 등에게 시장가보다 최대 12배 비싸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몽베르CC는 박영우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동강홀딩스와 스마트홀딩스가 각각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몽베르CC는 2012년 2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회원권 모집을 했고 금액은 개인과 법인 일반이 1억500만원, 법인VIP 6억원, 법인VVIP 12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중  VIP와 VVIP 거래 내역에서 대유그룹 계열사와 이해관계인들이 발견됐다. 김 의원은 당시 몽베르CC 회원권의 시장 거래가가 41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는 12배나 비싼 가격에 회원권을 구매한 것으로, 수혜는 박 회장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주가 시세차익 문제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18대 대선을 전후해 박 회장 일가의 내력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대유그룹 관련주가 '박근혜 테마주'에 편입,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박 회장 일가는 2011년 9월부터 1000원대였던 대유신소재 주식을 꾸준히 매입, 주가가 정점을 찍은 2012년 2월 중순부터 보유주식 266만4070주를 주당 3585원에 매각하고 95억5000만원을 현금화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대량 매도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은 박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박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올해 2월 항소심 판결도 원심과 같다.
 
◇설악산 케이블카 특혜 시비, 다시 도마에
 
지난 8월28일 환경부가 3년여의 논란 끝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자, 박 회장의 처가가 운영하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설악케이블카(옛 설악관광)는 박 회장의 장인 한병기 전 의원이 설립, 현재는 한 전 의원 차남이 대표다. 설악케이블카는 1970년 이후 40년 넘게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운영,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흉물로까지 지목된 케이블카 사업이 대물림되며 부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71년 9월으로,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1년 후다. 국립공원 지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케이블카의 도입은 환경 훼손 등의 반발과 함께 특혜 시비로 이어졌다. 갖은 우려 속에 정부는 케이블카 사업을 밀어붙였고, 이는 권력 친인척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으로 연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악케이블카의 매출액은 87억9100만원으로, 하루에 2400여만원 꼴로 수입이 발생했다. 설악케이블카의 매출액은 2010년 67억원, 2011년 73억원, 2012년 83억원, 2013년 86억원으로 매년 오름세다. 이를 44년으로 어림잡으면 단순 계산으로도 2조원대를 훌쩍 넘는다. 2011년 기준으로 이 회사는 한 전 의원의 두 아들(지분 87.2% 보유)에게 20여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더구나 설악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일부를 이용해 돈을 벌면서도 관리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않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설악산 국립공원의 관리에만 연간 83억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설악산케이블카는 40년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설악산케이블카가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설립·운영됐다는 이유로 수십년째 손을 놓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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