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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폭력은 짐승의 법칙, 비폭력은 인간의 법칙
2015-11-20 06:00:00 2015-11-20 06:00:00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폭력이 짐승의 법칙이라면, 비폭력은 인간의 법칙이다.” 비폭력 무저항운동의 대명사인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이다. 간디는 비폭력이라는 인간의 법칙을 실천함으로써 인도의 독립을 쟁취했다. 오늘날의 한국은 어떤가. 지난 주말,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일대에서는 간디가 짐승의 법칙이라 불렀던 폭력이 난무했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로 서울 도심 한복판은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의 물대포 대응 등으로 7시간 동안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날 시위로 113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고, 경찰차량 50대가 심하게 부서졌다. 살수차의 물대포에 맞아 시위자가 중태에 빠지는 불행도 있었다. 야당은 평화적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정부의 살인진압을 규탄하는 반면, 여당은 폭력시위가 문제라며 야당이 불법폭력시위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법적인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일까.
 
논의의 단초는 민중총궐기 대회 시위대의 광화문 집회가 적법한지 여부다. 결론적으로 당일 집회는 처음에는 합법적이었으나, 허가된 집회장소를 벗어나고 일부 참가자가 폭력 행위에 가담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당초 신고된 집회 장소는 숭례문부터 북쪽으로는 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까지 집회 공간으로 허용하되 세종대로 사거리가 마지노선이었다. 집시법은 국내 주재 외교관 청사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결과 미국대사관 등이 있는 광화문에서는 집회가 금지된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조례도 광화문 광장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사용은 허가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에 정치적 목적의 집회는 불허된다. 따라서 사전집회 신고나 허가 되지 않은 광화문 광장으로의 진출은 그 자체로 현행법령에 어긋난다. 나아가 법원이 최근 이번 집회에서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 불응,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영장이 신청된 3명에 대해 "각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점을 통해서도 불법집회였음이 확인된다. 폭력시위 근절은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경찰의 대응이 과잉진압이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차벽설치가 논란의 핵심이다.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차벽설치는 위헌이며, 과도한 차벽이 시위대의 과잉대응을 초래했다면서 반발한다. 하지만 경찰의 이번 차벽 설치를 위헌으로 판단하기는 무리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추모 및 반정부 집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서울광장 전체를 버스로 막은 것과 관련해 “일체의 집회는 물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은 시민의 통행이나 활동을 예외 없이 버스로 차단한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을 넘어선 과도한 조치이기에 위헌이라고 한 것이지,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차벽 자체를 위헌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올 4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행동’ 집회와 관련하여 광장에 설치된 차벽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경찰과 청와대로 진출하려는 시위대가 충돌해 시민들의 재산·생명·신체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고, 차벽을 이용해 진행을 제지하는 외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른바 ‘숨구멍’을 만들어 시위대가 아닌 일반 시민이 통행할 수 있도록 했고, 차벽을 동서로 평행 설치함으로써 교통 소통을 확보한 사정에 비춰보면 경찰 차벽 설치는 시위대의 진행을 제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판결취지상 이번 경찰의 차벽도 세월호 집회 때의 대응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적법하다고 해석된다.
 
물대포도 논란거리다. 실제로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백모 씨가 중태다. 경찰은 살수차운용지침대로 물대포를 쐈고, 물세기도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한미FTA 반대시위에서 사용된 물대포의 적정성과 관련한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소송을 각하했지만, 소수의견은 “근거리 직사 살수는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위헌의견을 냈다. 현재 경찰은 내규인 살수차사용규칙에 따라 물대포를 운영하지만, 그 사용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는 법률로 규정하는 등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경찰도 항상 자기절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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