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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정유사에 유리"…통념 깬 분석 잇따라
2015-10-13 17:48:19 2015-10-13 17:48:19
미국 셰일오일 공급과 이란 핵협상 타결 등으로 지속되는 저유가 상황이 정유사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통념과 다르게 오히려 정유업계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3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아시아 오일과 가스' 분기보고서에서 저유가 상황은 한국의 정유사들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 겸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낮으면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원가 대비 판매가를 올려 정제마진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원재료 매입 비용이 감소해서) 정유사에는 운전자본 잉여가 발생해서 재고관련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부채를 줄일 수 있다"며 "유가가 내년까지 점차 오른다고 해도 여전히 2014년 하반기 이전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저유가 상황에서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경기둔화로 석유 수요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정제마진이 악화됐지만 현재 국제유가는 50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원유가 상승폭보다 제품의 상승폭이 커서 마진이 크고, 유가 하락기에는 원유가 하락보다 제품 하락이 커서 마진이 크지 않다는게 통념이었지만 이는 올해 상반기에 깨졌다"며 "기존의 패턴에 변화가 있다고 봐야하고 앞으로 공급루트가 어떻게 바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 7월 원유생산량을 하루 960만배럴까지 늘린 미국, 이르면 내년초 원유 수출에 나서는 이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시장점유율을 지키려고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사들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서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가하락이 아니라 무엇이 유가하락을 초래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석유 수요 부진에 의한 유가하락은 정유사에게 부정적이지만 최근 저유가는 공급 측면에서 상당부분 발생하기 때문에 정유사 수익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석유 제품 하락 속도보다 원유가의 하락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고 유가가 낮을 때 경제 회복 속도도 빠르다"며 "정유산업이 걱정해야 할 것은 저유가가 아니라 정제시설을 늘리고 있는 중국, 인도, 중동 산유국들과의 역내 경쟁"이라고 말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도 "유가가 낮으면 태양광, 전기차 등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기존 화석 연료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저유가가 유지되거나 완만하게 상승하면 정유사 수익에 좋겠지만, 여기서 더 하락하면 재고 손실과 국제 제품가 하락이 발생해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노스다코타주 윌리스턴에서 한 남성이 유정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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