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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결과는 '기업부채' 폭증
MB 임기 10대그룹 부채 100% 급증…참여정부 대비 8배 높아
출총제 폐지에 문어발 확장 재연…골목상권 침해 본격화
2015-10-14 09:10:00 2015-10-14 09:10:00
20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기업부채는 국가경제를 파탄에 빠트릴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국가부채나 가계부채와 달리 GDP 추세에서 이탈해 폭증하고 있어 그 위험성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취재팀이 지난 2002년 이후 기업부채 현황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추세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을 전후해 본격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며 경기 부양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때와 일치한다. 그러나 친기업 정책은 예전 문어발 확장을 재연, 기업의 부실을 촉진시킨다. 낙수효과를 통한 경제 살리기는 헛구호에 그쳤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이라는 '747공약'을 앞세워 당선된다. 현대건설 사장 경력과 청계천 복원 성공은 그의 실천력을 담보했다. 그는 17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며 "기업인이 나서서 투자하고 신바람 나서 세계 시장을 누비도록 시장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친기업 정책을 천명했다.
 
문제는 747공약과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사실상 기업의 대규모 투자 확대를 명목으로 한 경기부양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기업규제 완화와 각종 특혜가 불을 보듯 뻔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는 이른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며 2009년 초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없앤다. 출총제는 재벌이 회사 자금으로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한 제도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과잉·중복투자를 막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늘리고 투자를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진다.
 
출총제 폐지에 따른 폐해는 곧 드러났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364개에서 638개로 75.3% 급증했다. 이는 연 평균 54개씩 계열사를 늘린 것으로,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과 도·소매업 등에 집중됐다. 투자 대신 골목상권 침해 등이 빈번했고, 이를 위한 계열사들이 늘었다. 같은 기간 10대 그룹의 부채는 97.8% 폭증했다. 참여정부 때의 증가율 12.6%보다 8배 높은 수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은행
 
이명박정부는 글로벌 위기로 수익성 악화에 빠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편의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신속 지원제도', '건설공사 브릿지론 보증',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을 통한 대출' 등 대출 확대를 추진했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도 정부의 경기부양 코드에 맞추기 위해 기업대출에 열을 올렸다.
 
정부가 대놓고 저금리·고환율 기조를 유지하자 당장 한 푼이라도 아쉬운 기업들은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하지만 빚은 수익을 내 갚지 않으면 원금을 갚을 때까지 이자비용을 계속 물어야 한다. 글로벌 위기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저성장, 내수 부진 등이 겹치자 기업은 원금은커녕 이자를 내지도 못했고, 부채는 쌓여만 갔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기업의 빚은 늘어났다.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기업들이 떠밀리듯 시범사업과 투자에 나선 탓이다. 대표적인 게 전국적으로 18곳이나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다. 
 
박근혜정부는 기업 대출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수출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렸고,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을 외치며 금융권에 기업 대출 확대를 강요했다. 올해는 아예 창조경제 지원금이라며 180조원의 정책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이처럼 GDP 성장률을 뛰어넘는 기업대출 확대와 국정과제 구현을 위한 기업투자 강요, 그에 따른 기업부채 증가는 결국 경기부양 거품을 만들고 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해 애초 기대한 낙수효과마저 실종케 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참여정부의 GDP 증가율은 35.3%를 기록했으나 이명박정부는 30.5%에 그쳤다. 반면 기업대출 증가율은 이명박정부(50.6%)가 참여정부(40.5%)보다 10.1%포인트, 기업부채 증가율은 13.9%포인트 높았다. 박근혜정부 역시 지난해 기준 기업대출 증가율은 41.4%로 참여정부 전체 대출 증가율보다 높았다. 기업부채 증가율도 19.5%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갖은 대내외적 변수가 생기면서 경제상황이 악화됐다"며 "당시 정부가 글로벌 위기를 단기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고 기업부채 관리에 소홀한 채 출총제 폐지나 기업대출 장려 등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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