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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가게 1만개 '헛구호'…"자영업자 벼랑 끝"
경영악화로 2000여곳 문 닫아…백재현 "지원 늘리고 법 개정해야"
2015-10-07 13:47:39 2015-10-07 13:47:39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나들가게'의 설 땅이 좁아지면서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앞세운 유통 대기업의 공세로도 모자라 9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투입도 엇박자를 내면서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 6월까지 나들가게 1945곳이 폐업하거나 등록을 취소했다. 전국 나들가게 점포 수 8663개(지난 6월 기준)의 22.4%에 달하는 규모다.
 
폐업 또는 취소로 문을 닫은 나들가게는 2011년 205개, 2012년 102개였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년 사이에만 1159곳의 나들가게가 자취를 감췄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도 점포 479개가 사라졌다.
 
나들가게가 문 닫는 이유는 경영 악화 때문이었다. 1726개 폐업 점포 가운데 93.5%인 1615곳은 경영이 힘들어서 가게를 문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 의원은 "동네 슈퍼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며 "대기업의 상권 침탈과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불황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정부는 2017년까지 4년간 해마다 2500개씩, 모두 1만개의 나들가게를 늘리는 육성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목표치의 20%인 점포 517개, 올해 상반기에는 목표치의 3.2%에 불과한 80개만 늘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7년에 걸쳐 나들가게를 키우는 데 88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총 334억원, 점포당 660만원에 달하던 사업 예산은 지난해부터 60억원 내외, 점포당 1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간판을 설치하고, 외관을 고치는 등 시설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의원은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대폭 늘었어야 할 나들가게가 확연하게 줄고 있다. 정부가 말로만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나들가게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데 눈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골목상권이 대기업의 상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통법·상생법 등 관련 법도 개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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