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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팬 차별·특혜 논란 후폭풍 거세
2015-10-07 14:53:34 2015-10-07 16:12:39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팬 차별로 논란을 빚고 있다. 넥센 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서 우선 배정받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경기 입장권 일부를 특정 팬 카페 측에만 사전에 연락해서 판매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단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개인 시즌권 회원에게 입장권 신청을 받고 이장석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의 조치로 사태 확산을 막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대형 커뮤니티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지어 포털 사이트 뉴스의 댓글 등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넥센의 팬 차별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7일 오후 오목교역·목동구장 현장시위도 예정대로 열린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의 팬들이 최근 알려진 팬 카페 팬과 일반 개인 팬 사이의 차별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서 만든 이미지. 이미지/팬 제공
 
◇팬 클럽 소속 여부 따라 입장권 신청 마감 시간 달라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문제는 시즌 후반 순위 경쟁이 치열해 올해 포스트시즌 대진이 경기 당일에 임박해 결정된다는 특수한 상황에다, 업무 편의성을 꾀하려던 넥센 프런트의 그릇된 판단 및 인원 부족 등이 겹치며 벌어진 촌극이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업무를 간편하게 마치려다 형평성과 공정성 등을 챙기지 못했다.
 
모든 포스트시즌 진출 구단은 포스즌시즌 입장권 예매일 전에 KBO에 사전 신청해 포스트시즌 입장권 일부를 배정받는다. 선수단·프런트 가족 또는 구단 모기업·광고주 등에 챙겨줄 표다. 대기업집단 계열 구단이 그룹 계열사에게 배부하는 입장권도 이같은 방식으로 발급된다.
 
또한 이번 시즌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려 상위 5위까지 5개팀이 포스트시즌 진출 대상이 된다. 따라서 3·4위 결정이 중요했는데 순위가 확정된 시점은 4일 경기 후였다.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입장권 배부 대상을 KBO에 5일 정오까지 넘겨야했다. 이 일을 담당한 넥센 프런트는 1명뿐이었다. 결국 그는 명단 자체 정리를 맡을 수 있는 팬 카페 3곳(슈퍼히어로즈, 영웅신화, 히어로즈사랑영원히)에게만 입장권 신청을 받았다. 일반 연간 시즌권 구매자에게도 신청을 받았던 지난 시즌과 달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반 개인 팬들은 특혜 및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전방위적 항의에 나섰다. 구단에 전화를 걸어 항의한 팬도 있었고, 온라인 공간을 통한 항의와 비난도 진행됐다.
 
파문이 커지자 넥센은 4일 오후 8시 뒤늦게 시즌권 구매자 전원으로 신청 대상을 확대해 입장권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신청 마감 시점이 문제가 됐다. 팬 카페 회원은 5일 오전 9시까지 신청을 받지만 일반개인 시즌권 구매자는 4일 자정으로 시간을 한정했던 것이다.
 
넥센 팬 김모 씨는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구하려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곳으로 이동해 예매하는 것은 물론 일부 직장인은 조퇴를 하고서라도 예매에 참여한다. 현장구매로 구하려 전날 밤부터 야구장 앞에서 쭉 밤을 새면서 표를 사기도 한다"면서 "구단 사람과 광고주라면 이해가 간다. 같은 팬을 구단이 차별한다는 느낌이 들어 무척 화났다"고 말했다.
 
이모 씨는 "같은 시즌권 구매자인데 카페에 속한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차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일반개인 시즌권 구매자의 신청도 받기로 방침이 바뀌었지만 신청이 가능한 시간은 4시간뿐이다. 팬 카페보다 일찍 마감됐다. 나중에 '일반개인 시즌권 구매자 신청도 받았다'고 변명하려는 면피성 조치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의 팬들이 최근 알려진 팬 카페 팬과 일반 개인 팬 사이의 차별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서 만든 이미지. 이미지/넥센 팬 제공
 
◇넥센 구단의 첫번째 사과문 게재
 
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넥센 구단은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 팝업 페이지로 '넥센히어로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6일 오후 5시 무렵에 게재했다. 2301자 분량에 해당되는 긴 사과문이다. 
 
넥센은 "KBO리그 구단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시 해당 팀의 선수와 진출 팀이 사용할 수 있는 약간의 티켓을 우선 배정받습니다. 이는 포스트시즌 전체 티켓을 KBO가 관리하기 때문이며, 다른 종목의 스포츠와 공연 예술에 있어서도 주최측 자가 사용을 위해 우선 배정하는 방식과 비슷한 용도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 구단에 우선 배정될 예정인 티켓 중 연간회원들께 우대 차원에서 포스트시즌 티켓을 우선 배정했으며, 이는 연간회원 가입시 공지로 안내한 사항으로 대상은 모든 연간회원들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또한 "하지만 구단은 와일드카드전을 앞두고 우선 배정하며 모든 연간 회원이 아닌 팬 서포터즈 에게만 우선 배정을 하는 우를 범했으며, 개인 자격의 연간회원들께는 준플레이오프 목동 홈경기에 한해 우선 배정 신청을 받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이는 와일드카드 진출 확정이 4일(일) 오후에 결정이 났으며, 와일드카드 우선 배정 티켓 수량을 5일(월) 정오까지 KBO에 통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업무 편의성만을 고려한 당 구단의 명백한 실수임을 인정합니다."라고 구단의 잘못을 시인했다.
 
더불어 넥센은 "이후 당 구단에서는 개인 자격의 연간회원들로부터 문제를 지적받고 와일드카드 티켓을 우선 배정했으나 이 기간 동안 개인 연간회원들께서 받으신 마음의 상처는 치료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가 자사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6일 오후 5시 무렵 게시한 1차 사과문. 이미지/야구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과 불구, '팬 클럽 특혜 철폐' 항의 거세
 
그렇지만 이같은 넥센의 사과에도 팬들의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온라인 공간에 확산되며 일반 네티즌의 공분을 사게 됐다. 이번 포스트시즌 입장권 예매 특혜 논란 외에도 이제까지의 각종 특혜로 지적되는 부분들이 이번 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일 오후 진행된 송지만 2군 타격코치의 선수 은퇴식에 대한 얘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송 코치는 한화 이글스의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이후 2004년 트레이드로 현대로 이적했다. 2008년 팀이 해체된 현대 선수를 받아들인 넥센 선수로 뛰다 2014년말 은퇴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송 코치 은퇴식은 넥센·한화 양팀 팬들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건이 먼저 알려진 곳은 상기 팬 카페의 게시판이다. 취재진에게 보도자료는 며칠 지난 뒤인 29일 오전 발송됐고 보도자료에는 "10월1일(목) 18:30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지는 한화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송지만 2군 타격코치의 선수 은퇴식을 실시한다"고 표기됐다.
 
입장권 특혜 논란에 성난 팬들은 이 건을 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평일이라 월차 신청 등의 시간조정을 해야 하는데 팬 카페에 속한 회원들은 가능했고, 일반개인 팬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은퇴식은 경기 시작 시간보다 앞선 오후 5시30분경 진행, 행사에 가기 위해 시간을 비운 다수 팬들은 참석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은퇴식은 적은 관중 앞에서 진행됐고, 온라인 공간에는 플래카드 등을 만들고도 참석하지 못했던 팬의 울분 섞인 글이 올라 화제가 됐다.
 
시간이 정확하게 공지된 팬 카페와 일반개인 팬간의 차별이 이뤄졌다는 것이 대다수 팬의 주장이었다. 당시 온라인 공간은 넥센 구단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많이 이뤄졌는데, 팬 차별 논란에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됐고 다른 팀 팬도 동조하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또한 연간회원(시즌권) 가격 할인 및 양도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넥센은 시즌권 판매 가격을 최초 가입년도를 기준 값으로 유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구단에 보여준 팬들의 애정과 관심을 잊지 않겠다는 넥센 구단의 의지가 담긴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는 끊어지지 않고 매년 유지해야 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권한 양도는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팬 클럽의 회원은 내부에서 양도가 가능했고 가격은 2008년 기준의 31만9000원(29만원에 경기수 증가에 따른 비율 가산)이었다. 포스트시즌 입장권 선예매 특혜 논란과 맞물려 이번 사안도 재차 부각됐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가 자사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6일 오후 8시 무렵 게시한 부연(2차) 사과문. 이미지/야구단 공식 홈페이지 캡처
 
◇넥센 구단의 두번째 사과문 게재
 
이상의 사안은 포스트시즌 입장권 선예매 특혜 논란이 있을 때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결국 넥센이 6일 오후 5시 발표한 첫 사과문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팬들은 사과와 해명이 미흡하다고 보고 비난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넥센 구단은 같은 날 오후 8시 무렵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 팝업 페이지로 다시 시즌권 판매에 대한 부연설명 글을 올렸다. 
  
넥센은 이 글에서 시즌권 판매 정책과 의도에 대해 소개하고 "팬 클럽이 차이가 있는 점은 갱신시 자격의 양도가 가능하도록 당 구단에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라며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2010년도에 연간회원에 가입하셨던 회원께서 팬 클럽에 가입할 경우 이후 연간회원 자격을 유지하지 않더라도 다른 팬 클럽 회원에게 자격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며 팬들의 지적에 대해 인정했다.
 
이어서 "향후 이 부분이 팬 클럽 회원분들과 팬 여러분의 다툼 원인이 된다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 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해 발생한 부분들 역시 팬 여러분께서 다양한 의견으로 주신다면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우리 팬들끼리 날선 공방을 하고 계시는 모습은 당 구단의 현명하지 못한 처사가 이유이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서울히어로즈㈜(2015년 구단명 '넥센히어로즈')의 팬들이 최근 알려진 팬 카페 팬과 일반 개인 팬 사이의 차별 대우에 대해 항의하면서 만든 이미지. 이미지/팬 제공
 
◇아직 끝나지 않은 구단과 넥센 팬의 갈등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해 팬 카페 비가입 상당수 팬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이제 더는 '직관'(직접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는 행동을 뜻하는 축약어)하지 않고 대신 '집관'(집에서 관람하는 행동을 뜻하는 축약어)하겠다는 식의 입장을 공공연히 보이고 있다.
 
자신을 넥센의 '일개팬'이라고 표기를 해달라 부탁한 신모 씨는 "구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기에 여러 친구를 데리고 목동구장에 들렀고 야구장 밖의 슈퍼에서 간식을 사가려는 친구를 '안에서 시원하고 따뜻하게 먹어야 제맛'이라며 설득해서 목동구장 내 매점에서 먹거리를 사곤 했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은 절대 야구장에 가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호구'였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입장권은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7일 오후 12시45분 현재까지도 3000석 가량이 팔리지 않은 채로 남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서 인기가 적은 팀인 넥센의 경기란 점과 경기 당일이 평일인 점 등 불리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 팀이나 경기의 시점과 무관하게 손쉽게 매진이 되던 포스트시즌 경기 좌석이 총좌석 대비 20% 가량 남는다는 점은 최근 일련의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21세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악 비흥행 경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을 차별하기에 조직적으로 뭉쳤다"며 전단지와 현수막을 제작하고 이를 위한 모금도 진행 중인 일부 팬들은 차별 조치가 완벽히 시정될 때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들 팬들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홍보도 꾸준히 이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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