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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공정위 징벌금…올해 감면·환급한 과징금 3800억”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 패소로 3000억 환급…올해 과징금 부과 패소율 37.5%
이춘석 “전담 판사, 대형 로펌행 때문”…공정위 “법원 증거 제출에 한계 있어”
2015-10-06 15:08:56 2015-10-06 15:08:56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진신고 제도(리니언시 제도)나 법원에서의 소송 패소 등으로 감면·환급한 담합 과징금이 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7월말까지 공정거래법 등 위반 업체에 부과하기로 의결한 과징금이 총 5718억원이었다. 이중 담합과 관련해서 50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자진신고로 감경해 준 과징금은 806억원에 달했다.
 
특히 담합 혐의로 과징금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공정위를 대상으로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총 3001억원의 과징금을 되돌려 받게 됐다. 이미 징수한 과징금을 돌려준 금액이 2673억원이었고 그로 인해 환급 받은 가산금이 328억원이었다.
 
또한 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변액보험 상품에 부과하는 최저 사망보험금 보증수수료율 등을 담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 하지만 2순위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절반만 냈다가 취소 소송을 통해 담합 혐의를 벗어나 납부한 과징금 절반을 돌려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 공정위가 올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정유사 등 5곳에 환급한 과징금이 다른 정유사의 자진신고로 담합 단서를 잡아 부과결정을 내린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이미 징수한 과징금 2548억원에 환급가산금 321억원을 더 붙여 되돌려줬다.
 
김기준 의원은 “업체가 담합을 스스로 인정한 자진신고 내용마저도 공정위가 혐의 입증 증거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과한 과징금 취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정위는 법원에 가면 기업이 빠져나가는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과징금 취소 판결이 빈번한 것에 대해 최근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 의원(새정치연합)이 공개한 ‘법원 확정판결 기준 공정위 패소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과징금 부과 사건 기준 패소율은 37.5%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과징금 부과 패소율이 2012년 4.4%를 기록한 이후 2013년 6.5% 2014년 16.8% 등 꾸준히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5년여 간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에 이미 돌려줬거나 앞으로 돌려줘야 할 총 금액은 5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의원(새정치연합)은 대규모 과징금이 법원 판결에 의해 취소되는 원인으로 공정위 사건을 전담하던 서울고법 판사들의 대형 로펌행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공정위 전담재판부 출신으로 개업한 변호사 중 75%(12명)가 10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공정위 사건과 같은 공익소송에서 사건을 직접 재판했던 법관들이 기업 측을 대리하는 변호업무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법원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냐”며 “퇴직 후 법관들의 행보도 사법부의 신뢰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 제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전담 판사들의 대형 로펌행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에서 ‘그것 때문이다,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전담 판사들이 로펌에 많이 가면 전문성은 쌓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아무래도 가깝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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