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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청렴의식…한전, 비리백화점 오명 그대로
2015-10-07 07:00:00 2015-10-07 07:00:00
한국전력과 산하 발전 자회사들의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징계양정 기준을 강화하고, 대대적인 청렴 문화 캠페인을 시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제보자는 “한국남부발전이 국산화 논란이 있는 중소기업의 에너지 절감기계를 시장가보다 무려 2.5배 이상 높게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했다”며 유착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유착 배경에 대해 특정 고교 및 대학 동문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13대의 유체커플링을 N사로으로부터 65억6100만원에 구매했다. 특히 N사는 지난 2011년 NEP 인증을 받기 이전부터 10여대 제품을 남부발전에 수의계약을 통해 공급해왔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이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의 동급 제품보다 2.5~3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유착 없이는 불가능한 비정상적 거래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앞서 한국전력 고위직 인사의 아들이 대기업 거래처에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도 취재팀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한국전력 1급 고위직인 A씨의 아들 B씨는 한국전력을 주 거래처로 하는 전력영업팀에 배치돼, 사실상 특혜를 노린 채용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는 우월적 지위를 통해 금품·향응수수, 공금횡령 등 불법적 행위가 여전히 만연하다”고 힐난했다.
 
자료/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전 임직원이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총 497건, 이중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횡령 등으로 100건이 징계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지난 2011년 22건, 2012년 28건에서 2013년 9건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16건, 올해 8월 말 현재 25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전 및 발전 자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 영업팀 한 직원은 “발전 자회사는 오지에 있고,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면서 “수의계약에 대한 규정 절차가 있지만, QCD(품질·비용·납기)를 통해 입만 맞추면 어떻게든 단독입찰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사업소마다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 등을 이유로 선호하는 업체가 있다”면서 “업체가 업무 간소화를 위해 사양(스펙), 입찰요건 등 수의계약 조건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90%는 업체의 입김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발주형태의 불투명성과 발주처와 제작사 간의 이해관계가 이 같은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사업 착수 회의라는 명목으로 담당자는 물론 팀장, 실장, 발전소장 등을 초청해 거대한 세레모니를 하고, 업체는 위 아래로 소위 약칠을 해 잡음 없이 일을 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증언했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한전이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징계부과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금품 및 향응 적발 시 징계처분 이외에 수수액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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