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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동' 수입차 업계, 폭스바겐 사태로 총체적 위기
소비자 관심 감소·부실한 사후 서비스 도마 위에
2015-10-05 14:26:41 2015-10-05 14:26:41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수입차 업계를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며 재고가 늘고 있고, 수입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다. 점유율 20%를 노리며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업계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업계는 8월까지 전년 대비 23%를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독일차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여 16%를 넘겼다. 점유율 20% 달성도 멀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식고 있다. 주요 수입차 전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이미 계약했던 차량에 대한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69%에 달하는 디젤차량의 불신 여파라는 분석이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탓에 업체들은 하반기 할인 프로모션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상태다. 적극적인 광고와 판매 프로모션 발표가 거의 사라졌다. 딜러사들은 실적 우려가 있어도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용한 판매'를 하고 있다.
 
강남의 한 수입차 딜러는 "수입차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이라 적극적인 판촉 경쟁은 자제하고 있다"며 "차량에 대한 문의가 많이 줄었고 출고를 앞둔 차량에 대해서도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량을 들여오며 늘어난 재고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8월까지 수입차 재고량은 5만478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8% 급증했다. 재고 처리를 위해서는 할인 프로모션이 필요하지만 폭스바겐 사태로 시장 열기가 꺾인 상황이어서 딜러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팔고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판매행태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수입차 한국법인은 딜러사에 '밀어내기' 관행으로 판매량을 할당해 왔다. 이에 딜러사들은 실적 달성과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무리한 할인에 나섰고, 차량 구매자들은 부실한 사후 서비스라는 피해를 봤다.
 
디젤 파문 당사자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미흡한 대응도 비난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도 독일 본사의 지침만을 기다리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앞서 벤츠 코리아는 주행 중 시동꺼짐이라는 심각한 결함에 대해 소극적 대응을 하다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하고서야 보상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고자세가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수입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업체들이 그동안 강조했던 고객 서비스 강화가 공허한 메아리였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점유율 20% 달성이라는 목표는 허황된 꿈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로고. 사진/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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