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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활기 띈 유통가…국경절 맞물린 블랙프라이데이에 방긋
내수·유커로 북적이는 명동…제조사 참여없어 반쪽짜리 행사 지적도
2015-10-04 19:55:31 2015-10-04 19:55:31
"현재 대기 중인 위치에서 지하 주차장 주차까지는 약 30~40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오니 쇼핑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실시된 첫 주말인 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주차대기 중인 차량행렬이 백화점 건물을 'ㄷ'자 형태로 둘러싸며 주차장 반대편 롯데호텔까지 이어졌다.
 
길 건너 명동 거리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로 가득했다. 단체 관광객을 이끄는 깃발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붉은색 복장을 갖춘 관광안내 통역 자원봉사자들도 연신 분주했다.
 
백화점 입구를 들어서자 매장을 가득 채운 인파가 각각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를 내뱉으며 북적였다. 지척에 위치한 신세계(004170)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백화점이 호황을 맞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주춤했던 유통업계가 활력을 되찾았다.
 
유커들이 몰리는 중추절(9월26~28일)과 국경절 연휴(10월1~7일)가 맞물린데다 정부 주도 하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겹쳤다.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과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내수 고객들이 백화점, 마트 등으로 몰리고 있다. '남'을 위한 명절 선물 쇼핑에 전념했던 내수 고객들이 이젠 '나'를 위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백화점 특별행사장은 특가에 판매하는 제품을 '득템'하기 위한 인파들로 북적였고, 면세점과 명동거리는 '황금연휴'를 맞은 유커들로 가득찼다.
 
무엇보다 백화점업계의 출발이 좋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매출은 롯데백화점이 전년대비 23.6% 상승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36.7%, 현대백화점(069960)도 27.6% 증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이 두자릿 수 세일 신장률을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 송년세일 이후 약 4년만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구두·핸드백 대전, 아웃도어 대전, 주방용품 특가전 등 회사 측이 준비한 시즌 인기아이템 행사 매출은 목표 대비 130% 이상 초과 달성했다.
 
'날씨 운'까지 따라줬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첫날인 지난 1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의 영향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여성의류와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가을의류의 판매가 급증해 백화점의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홍정표 신세계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이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며 전 장르에 걸쳐 매우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갑자기 변한 쌀쌀한 날씨로 간절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황 속에서도 아쉬운 점은 존재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패션부문을 제외하면 블랙프라이데이 다운 '파격할인' 상품이 없어 소비자들은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다.
 
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한 여성 고객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목적으로 매장을 찾았지만 한달 전과 비교해도 가격차이가 없었다"며 "보통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는 TV 같은 가전제품의 파격할인 행사가 많아 기대했지만 허탕이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행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판매업체를 대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파격적인 할인혜택이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행사'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로부터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받아야 파격할인이 가능한데, 이미 납품받은 제품을 공급가보다 낮게 팔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온라인쇼핑몰만 봐도 제조사가 싸게 내놓지 않으니 결국 평소에도 제공하던 할인쿠폰 외에는 더 제공할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판매호조가 단순히 내수 증진의 신호로 단정짓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 증가는 때 마침 국경절 연휴를 맞은 유커들의 공세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의 은련카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6.2%나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14일)와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은 유통업계가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행사장에는 특가 상품을 구매하려는 쇼핑객들로 가득하고(왼쪽), 명동 일대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오른쪽).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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